"7~8년 농사 하루아침에 초토화" 수확 앞두고 참담한 농심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다음 달 수확하려던 5년근 인삼인데 수천 평이 쑥대밭이 됐어요."

10일 오전 물 빠진 충남 금산군 부리면 평촌리 인삼밭에서 만난 농민은 진흙 밭으로 변한 삼포를 바라보며 할 말을 잊었다.

8일 용담댐이 초당 3천200톤의 물을 방류해 금강물이 범람하면서 부리면 평촌리 무지개다리 일대 인삼밭이 불어난 물에 잠기고 일부는 휩쓸리며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변했다. 물 빠진 인삼밭은 숫제 뻘 밭을 연상케 했다.

6년근 인삼밭이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진흙밭으로 변했다 .주민들이 뻘처럼 변한 진흙 속에서 6년근 인삼을 캐내 흙탕물에 씻고 있다. / 김정미
6년근 인삼밭이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진흙밭으로 변했다 .주민들이 뻘처럼 변한 진흙 속에서 6년근 인삼을 캐내 흙탕물에 씻고 있다. / 김정미

장화를 신고 들어간 삼밭은 진흙으로 변해 발목 위까지 올라왔다. 일부는 축대 자체가 쓰러져 차광막을 걷어내야 진흙 속에서 인삼을 캘 수 있는 상황.

양남현(64·부리면 평촌1리)씨는 다음 달 수확할 예정이었던 5년근 인삼밭 3천300㎡가 불어난 금강 물에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가족들까지 총동원됐지만 9일과 10일 새벽부터 나와 일을 해도 진흙을 걷어내며 삼을 캐는 일은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았다. 지난해 파종한 1년생 인삼밭 9천900㎡는 손도 못 대는 상황.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한숨이 나왔다.

 다음달 5년근 인삼을 수확하려던 포평뜰 인삼밭 주인 양남현씨는 4천평에 달하는 인삼밭이 모두 침수 피해를 입자 망연자실 할 말을 잃었다. / 김정미
 다음달 5년근 인삼을 수확하려던 포평뜰 인삼밭 주인 양남현씨는 4천평에 달하는 인삼밭이 모두 침수 피해를 입자 망연자실 할 말을 잃었다. / 김정미

"곡괭이로 일일이 흙을 퍼내면서 인삼 한 뿌리라도 건지려고 작업하고 있는데 삼이 벌써 썩고 있어요. 그렇다고 밭에 그냥 둘 수도 없고, 7~8년 고생해서 수확 철에 이 지경이 되니 정말이지 참담합니다."

진흙 밭에서 수확한 인삼은 수삼으로도 팔 수 없다. 일단 쪄서 말려 홍삼으로 제조할 생각이지만 제값 받을 생각은 일찌감치 내려놓았다.

무지개다리 건너편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금강 변에 인접한 양판규(65·부리면 평촌1리)씨 인삼밭은 4천950㎡에 달하는 6년근 인삼밭이 피해를 입었다. 차양막과 지지대를 거둬낸 자린엔 굴삭기가 자리를 잡고 진흙을 퍼내고 있었다.

피해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달려온 아들 양주영(37)씨는 온몸이 진흙투성이였다. 친인척들까지 10여명이 부랴부랴 현장을 찾고, 대전지방경찰청 2기동대에서도 35명이 일손을 도왔지만 또 비소식이 전해지니 야속할 뿐이다.

친구를 돕기 위해 나섰다는 박상식(65)씨는 "인삼칸수로 700칸 정도 되는 6년근 인삼밭이 이번 침수로 인해 100칸 이상 하천으로 쓸려가고 나머지는 진흙 밭으로 변했다"면서 "보상 기준과 대책도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번 용담댐 방류로 금산에서는 제원면과 부리면 일대 88가구(219명)와 농경지 471ha가 침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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