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명 총경 배출 지대한 역할… 지역 출신 묵직한 영향력

[중부매일 박성진 기자] 사의를 표명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교체되지 않으면서 충북경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노 실장의 사표 반려 내지는 유임 등의 공식적인 언급이 없는 상황이어서 혹여 예상치 않게 물러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처럼 충북경찰이 노 실장의 거취에 주목하는 이유는 복수의 총경 승진자 배출에 그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하기 때문이다. 노 실장은 충북 출신이다.

충북경찰에서는 노 실장 취임을 전후에 매년 2명씩 총경이 배출됐다. 2019년과 2018년에 각각 2명의 총경이 탄생했다. 비서실장 취임 직전인 2018년 12월에 총경 2명이 나왔는데, '정치인' 노 실장의 영향력 덕분이라는 게 중론이다.

당시 노 실장은 주중대사였지만 그의 입김이 작동했다는 얘기가 정설로 통할 정도다.

충북에서는 올해도 2명 이상의 총경 배출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4번째 지역 경무관 탄생도 도전하고 있다. 역시 노 실장에게 묻어가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노 실장의 존재만으로도 충북경찰이 후광을 입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충북에서 5년 만에 '토종 3호' 경무관이 탄생한 배경도 노 실장에게 찾는 이들이 많다.

노 실장에 대한 기대감은 역대 충북 정치인들의 아쉬운 내리막길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에 오른 이원종 전 충북도지사와 충북경찰청장을 지낸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그들이다.

이들은 당시 정권에서 실세로 등장하면서 만성적인 인사적체에 시달렸던 충북경찰에 총경 2명 배출이라는 단비를 내려줄 존재로 각광을 받았으나 중도낙마하면서 아쉬움이 컸다. 특히 이 전 총리에 이어 '최순실 사태'의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취임 5개월 반 만에 이 실장까지 연거푸 추락하면서 충북경찰의 상실감은 말도 못했다.

장밋빛 프리미엄을 기대했던 충북경찰은 되레 역차별을 우려할 정도였다.

이런 악몽 탓에 노 실장의 사의 표명은 충북경찰에게는 청천벽력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노 실장의 교체가 현실화되지 않으면서 충북경찰은 일단 한숨 돌린 모양새다. 다만 '시한부 유임'이라는 소문은 불안한 상황이다. 일단 정책의 연속성을 고려해 12월까지는 노 실장 체제를 유지한다고 얘기가 있지만 이마저도 불확실하다.

올해 충북에서는 2011~2012년에 승진한 경정 5명이 총경 승진을 노리고 있다. 2명 이상의 총경 나오지 않으면 인사적체는 극에 달할 전망이다. 복수 배출의 물꼬를 트지 않을 경우 젊은 경정들이 무더기로 계급정년에 걸려 강제퇴직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한 경찰 간부는 "총경 승진이 정치적으로 이뤄진다는 건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며 "충북 출신의 거물급 정치인에게 총경 복수 배출의 기대를 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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