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칼럼] 한기현 논설고문

오는 15일 광복 75년을 맞는다. 1945년 8월 15일 일왕이 연합군에 항복한 지 75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주위에 일본 잔재들이 여전하다. 일제 잔재인지 모르는 건지, 관심이 없는 건지, 귀찮은 건지 정말 씁쓸하다.

가해 당사자인 일본은 1965년 한일협정을 내세워 위안부 문제 법적 사과와 강제 징용 피해자 보상을 거부해 한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자국 기업 자산을 강제로 매각할 경우 비자 발급 제한이나 금융 제재 등 정부 차원에서 보복 조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강제 징용 피해자들은 앞서 대법원이 2018년 10월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에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자 대구지법 포항지원에 일본제철의 국내 재산을 압류해 달라며 압류명령을 신청했다. 이에 포항지원이 일본제철과 포스코의 합작회사인 PNR 주식 총 19만4천여 주에 압류 명령을 내렸지만 지난 8일 일본제철이 즉시항고해 다시 지루한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일본은 전범 국가로서 과거사 반성과 사죄는커녕 적반하장격으로 초등학교 역사 교과서에 '자국 영토인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소개하는 등 파렴치한 행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같은 2차대전 전범국인 독일은 스스로 나치 전범자를 처벌하는 등 과거사를 사죄하고 부끄러운 역사를 청산했다. 전쟁 직후인 1945년 뉘른베르크 재판을 열어 교수형 12명, 종신형 3명 등을 비롯해 나치 전범에 사법적 판결을 내렸다.

정치적으로는 탈나치화를 추진하고 피해 유대인에게 적극적인 보상을 실시했다. 또 사면법을 제정해 전쟁으로 분열된 국민 통합을 이뤄 재건에 성공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범국가 당사자가 아닌 피해 국가인데도 광복된 지 7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일본 잔재가 곳곳에 남아있다. 오히려 역대 정부는 일본의 억지 주장에 이끌려 국민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줬다.

박근혜 정부는 역사 정의를 망각하고 피해 당사자의 동의없이 일본과 위안부 문제에 합의해 국민 가슴에 상처를 주고 한일간 과거사 청산 갈등을 키웠다. 다행히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2월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유족 등이 낸 위안부 합의 헌법소원에 대해 한·일 위안부 합의는 선언적 의미에 불과해 피해자 지위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판결해 잘못된 합의를 바로 잡았다. 헌재는 박근혜 정부 합의는 헌법이 정한 조약 체결 절차를 거치지 않아 양국을 구속하는 조약이 아닌 비구속적 합의라고 봤다.

일제 잔재 청산은 국가와 국민의 사명이자 책임이다. 또 코로나19와 긴 장마로 지친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자긍심을 높이는 활력소가 될 것이다. 지금도 주위를 둘러보면 일제 잔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경기도 친일문화잔재 조사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내 12개교에서 전범기·일장기·일제 기업 상표를 닮은 교표를 사용하고 있다. 또 친일 인사와 관련된 기념비나 송덕비 등 기념물 160여 개가 학교, 공공기관, 주민센터, 등산로 등에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기현 국장겸 진천·증평주재
한기현 논설고문

이들 기념물은 친일 행적을 빼고 공적만 기록해 올바른 역사인식 정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충북과 충남, 대전도 경기도와 상황이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의회도 지난 11일 관련 조례 제정을 결정했다고 한다. 충북 등도 서둘러 자치단체 차원에서 전수 조사를 실시해 일제 잔재를 청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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