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박성진 사회부장

예상대로 임용환 치안감이 충북경찰청장으로 내려왔다. 3년 내리 고향 사람이 충북치안의 지휘봉을 잡은 것이다. 이는 분명히 장·단점이 교차한다. 지역 정서를 간파하고 있다는 점은 강점이다. 충청도 사람 특유의 기질을 알고 있다는 건 적재적소 용인술과 지역 맞춤형 정책 개발 등 지휘권 전개에 유리한 부분이다. 역사와 지리도 익숙해 업무 파악에도 속도감이 있다. 반대로 지역을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점은 달리 생각해 볼 여지도 있다. 더욱이 경무관 시절 청주흥덕경찰서장 근무를 통해 이미 뼈속까지 인지하고 있다는 점은 자칫 독배가 될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앞선 2명의 청장도 충북경찰청 근무 전력이 있었다. 그 경험이 지휘권 행사에 도움이 됐는지 여부는 물음표다. 거쳐간 청장으로서는 애써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수긍하지 않을 듯 싶다. 경험은 확실히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경험은 때로는 독단을 유발할 수 있다. '유경험'으로 여겨지는 앞선 출발선이 무조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선입견이 경험을 왜곡시킬 수도 있다. 경험을 통해 이미 마음 속에 자리잡은 고정 관념이나 관점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그 전부터 알고 있던 '편한 사람'만을 고집한다면 청내의 다양한 의견은 이미 허공에 흩어지는 잡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과거 근무 인연으로 다져진 '익숙한 사람'은 이제 과감히 멀리해야 한다. 속삭임은 독약이다. 집무실 문을 활짝 열어둬야 한다. 순경부터 경무관까지 3천600여명의 충북경찰이 청장의 참모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고(最高) 위치에 있다면 경험의 산물을 더욱 경계해야 한다. 경험은 무시할 수는 없는 귀한 자산이지만 그렇다고 덜컥 삼킬 수 없는 '뜨거운 감자'이기도 하다. 청장의 고향 근무 경험이 영향을 미쳤을까. 새로 부임한 청장에 대한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역시 경험에 기댄 평가다. 4년 전 청장과 함께 동고동락했던 직원들의 생생한 기억이 만든 호감이다.

이임식 때 직원들에게 큰 절을 올린, 재임 기간 퍼머를 한, 동료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그런 모습을 떠올린 것이다. 고향 발령을 무척이나 희망했던 청장 못지 않게 직원들도 그를 원했던 이유는 분명하다. 큰 절을 통해 감사함을 전달했고, 퍼머를 통해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렸고, 직원 개개인의 이름을 외워 존중을 표시한 지휘관을 새삼 환영하는 일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박성진 사회부장

일단 출발은 상쾌하다. 경험만 잘 녹이면 된다. 경험에서 우러난 독은 빼버리고, 약은 받아들이면 된다. 소통과 협력 그리고 신뢰. 청장이 취임사에서 강조한 단어다. 부임하는 청장들마다 주구장창 외치는 말이다. 처음에는 이렇게 시작하지만 마지막에는 결국 불통, 독단, 불신으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내년 이맘 때 직원들이 청장에게 큰 절을 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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