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의사당 전경 / 중부매일 DB
국회의사당 전경 / 중부매일 DB

전국 어디나 할 것 없이 유례없는 비 피해를 입은 가운데 정치권이 이와 동떨어진 무책임한 행보로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이재민을 비롯해 국민 모두가 복구와 재발방지에 힘을 모아야 할 판에 여야는 수해 책임을 놓고 네탓 공방을 펼치고 있다. 이들이 책임공방에 열을 올리는 까닭은 이번 수해가 너무 엄청나고, 인재(人災)랄 수 있는 부분들이 피해를 키웠기 때문이다. 여야가 '4대강'과 '태양광'을 물고늘어지는 이유가 그것인데 우선 순위가 잘못됐다. 지금은 당장 복구와 극복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해의 책임을 따지는 일도 중요하다. 그런데 여기서도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이번 수해를 키운 최대요인은 댐 방류 잘못으로 인한 대규모 침수다. 충청권을 강타한 용담댐이나 섬진강댐의 경우 전후사정이 분명하다. 따라서 책임 추궁은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여야는 이를 뒷전으로 하고 상대방 헐뜯기에 열중할 뿐이다. 4대강과 태양광도 분명히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홍수를 부른 댐 관리권, 피해복구를 위한 재난관리기금 등 먼저 챙길 것들이 한둘이 아닌데 엉뚱한 데 힘을 쏟는 것이다.

10여년이 넘도록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4대강은 차치하더라도 태양광발전 설비는 그 규모와 관계없이 산사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비록 산사태 면적과 건수 등에서 태양광과 관련된 것들이 적다고 하더라도 부실한 설치와 소홀한 관리가 수해를 유발한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일부 정치인은 현실을 무시한 딴얘기를 한다. 정파적 이해관계에 빠져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다. 책임을 떠나 잘못이 있으면 빨리 고쳐야 한다. 소 잃고도 외양간을 못고쳐서야 기후위기 시대를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겠는가.

정작 이들이 살펴야 할 댐 관리 문제는 2년전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권한을 넘긴 '물관리 일원화'의 오류에서 비롯됐다. 문제가 된 댐들이 치수보다 담수에 치중하다보니 장마를 앞두고도 만수위였다. 여기에 댐과 하류 하천간의 계획홍수량 차이를 방치한 탓에 수해가 터졌다. 내려보낼 물과 흘러갈 물의 양이 다르니 넘칠 수 밖에 없다. 홍수량 설계도 댐과 국가하천, 지방하천이 모두 다르니 제대로 관리가 안된다. 실제 유역과 상관없는 수자원공사의 4대강 본부 입지는 물 관리의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나마 이런 문제들은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한시가 급한 발등의 불은 따로 있다. 복구와 지원에 곧바로 투입돼야 하지만 바닥수준인 지자체의 재난관리기금이 그것이다. 코로나19로 가용금액의 대부분을 쓴 탓이다. 충북의 경우 여윳돈이 100억원 정도인데 피해액은 1천500억원도 넘는다. 게다가 수재민 지원금은 턱도 없다. 정부지원도 간접지원인데다가 사유시설은 절차도 까다롭고 금액도 '찔끔' 수준이다. 이런 문제들이 도처에 깔렸는데도 네탓 공방이 우선인 이들에게 나라를 믿고 맡길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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