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이야기] 이태동 음성 용천초 수석교사

현관문을 나선다. 옷은 점점 젖어가고 부는 바람에 우산은 무용지물이 돼 간다. 아이들은 노란 우산 어깨에 끼고 벌써 운동장 물길을 살핀다. 개구쟁이들은 신이 났다. 여기저기서 누군가 쌓아 놓은 작은 둑, 쏟아지는 빗물에 결국 무너진다. 둑이 터지는데, 자꾸 나는 웃음보가 터진다. 그러면 안되는데…. 해도 지칠 때가 있었나 봐요. 하늘이 저렇게 아주 오래 참았던 눈물을 줄줄 흘릴 줄이야. 우리가 그 동안 자연에 진 빚이 많은가 봐요? 장맛비가 50여일 넘게 이어졌으니 '이상 기후'라고 밖에 할 수 없네요. 이웃집 S아저씨의 지나가는 말이다. 게다가 장마가 끝나자마자 폭염으로 사람들은 밤잠까지 설친다. 그 많던 숲은 누가 사라지게 했을까, 잠시 생각해 본다. 한때는 밀림에서 살기도 했죠. 어느 날 조용히 살고 있었는데, 나무꾼이 찾아와 날카로운 전기톱으로 인간의 입맛에 맞게 서슴없이 가공을 했죠. 하얀 피 뚝뚝 흘리며 마트로 들어섰지요. 전염병이 돈다며 최근엔 사람들이 특별히 저를 사랑해요. 허리를 자주 감싸며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어쩌면 겁먹은 인간들의 종이컵 고민인 줄도 모릅니다. 그날도 퇴근하면서 물이 갑자기 불어 도로에서 불안했다구요. 비가 너무 내려 보트 타고 집에 갈 뻔 했습니다. 주변엔 검은 폐비닐, 플라스틱, 쓰다 버린 천막, 가전제품, 생활용품 등이 둥둥 떠다녔어요. 수마가 할퀴고 간 뒤 자연에게 이런 주문을 해 봅니다. 용서를 비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하늘이 낮아진 이유를 알았어 / 얼마나 무거웠을까 / 다 내린 줄 알았는데 / 아직도 남은 짐이 있었나 보다 / 하늘도 나처럼 / 투정 부릴 줄 아나보다 / 내가 이렇게 많은 물을 / 이고 지고 있었다니까요 한다 / 하늘이 홀가분하게 다시 올라갈 때까지 그냥 받아 줘야겠다 / 엄마가 나한테 그런 것처럼.' (강영희 시인의 장맛비 중에서)

계절의 터널을 몇 번 거치는 동안 이 길을 지나면 곧 우리에게 꽃길이 펼쳐지리라 여겼지만 코로나19 재유행이라니 이제 저 벼랑에서도 환히 웃던 사람들이 자꾸 떠오릅니다. 그래서 이런 평화로운 분위기도 꿈꿔 봅니다. 아주 평범했던 과거처럼.

한여름 바닷가 여행지에서 모래밭 얄미운 녀석들, 지리한 장마 기간, 동굴 속에서 소금기 있는 맛만 보다가 오랜만에 붉은 태양의 따사로움을 맛보았는지 자꾸 '맛'이 장난을 건다. 지나가는 해수욕장 여행객들 깔깔거린다. 고개 내민 '맛'에 개구쟁이들 뒤로 넘어진다. '맛'이 더 놀란다. 파도처럼 달려가면 없어지고 시간은 모래시계처럼 흩어진다. 개구쟁이들의 눈이 점점 반짝인다. 지칠 때쯤 배를 채우고 자전거를 탄다. 바다 주변을 달린다. 새와 구름도 따라 오는 듯 하다. 자전거 페달이 무거워진다. 어느새 자전거 뒤에는 친구나 동생이 매달려 있다. 새와 구름 따라 함께 가고 있지 않는가. 코로나19가 세상을 점령하고 있다. 사람들은 점점 대인 접촉과 단체모임에 대한 불안 심리가 높아진다. 개학을 했는데 걱정이다. 바이러스는 진화하고 확산된다고 하니 교육공동체의 고민도 깊어만 간다.

'너는 그 어떤 세상의 꽃보다 예쁜 꽃이다 / 너의 음성은 그 어떤 세상의 / 새소리보다 고운 음악이다 / 너를 세상에 있게 한 신에게 / 감사하는 까닭이다.' 나태주의 까닭이라는 시다.

이태동 용천초등학교 수석교사
이태동 용천초등학교 수석교사

존재의 가치를 발견하게 한다. 환경교육의 근원적인 문제 인식과 더불어 방법론을 찾을 때다. 중국, 일본의 장기간 홍수 피해와 엄청난 미국의 산불, 토네이도 등 전 지구적 문제로 위기다. 에베레스트 높은 산도 한 걸음 한 걸음 모여 올라 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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