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선 '육아맘 맘수다' 시민기자

한창 왕성한 활동으로 "왜"를 달고 사는 아이를 위해서 우리 부부는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이름만 거창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계획표를 세우고 최대한 노선을 편하게 만들었다. 코로나19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역을 벗어나는 것이 힘들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했고 그렇다면 청주 내에서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놀이거리를 찾아내야 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 부부가 준비한 선물이 바로 아이와 떠나는 '청주 역사 기행'이다.

청주라는 도시가 딱히 휴양지나 놀이거리가 많지 않아 아쉽다는 생각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번 '청주 역사 기행'을 준비하면서 생각보다 역사가 깊은 고장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굳이 외곽으로 나가지 않아도 시내 안에서 충분히 갈 곳이 많았다는 점!!

우선 우리가 후보에 올린 곳은 청주고인쇄박물관, 백제유물전시관, 용두사지철당간 이렇게 세 곳이었다. 아이와 산책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차편도 편할 수 있는 곳이 어딜까 해서 첫 번째로 결정한 곳은 용두사지철당간! 아이가 어릴 때는 시내버스 타고 육거리에서 내려 시장 구경도 하고 주전부리도 먹으면서 용두사지철당간 구경도 했었다. 둘이서 시내버스를 타고 떠났던 여행을 이제는 아빠까지 셋이서 우리 집 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으로 조금 바꾸었다. 아이가 성장하고 있다는 걸 여실히 느끼는 부분이다.

우선 성안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길을 나섰다. 주차료도 저렴해서 우리가 성안길에 오면 자주 이용하는 주차장이다. 걸어서 나와 바로 위쪽으로 올라가면 우선 중앙공원이 반긴다. 나의 학창시절의 추억도 함께 하는 곳이라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해진다. 넓은 공원 덕분에 아이는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 아파트 층간소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탓에 공원에서 더더욱 열심히 뛰어노는 녀석에게 짠한 마음도 든다.

그리고 중앙공원에 가면 그 중심에 압각수가 있다. 나의 학창시절에도 우람했던 이 나무는 아이를 낳고 다시 찾아오는 발걸음에도 늘 나를 반겨준다. 압각수는 벌써 900년이나 됐고 높이가 30m에 둘레가 8m나 되는 유서 깊은 나무다.

압각수를 지나 쫄쫄호떡을 한 입 베어 물며 떠나는 용두사지 철당간으로의 여행에 금방 도착한다. 국보 제 41호의 이 철당간은 높이 4.2m에 폭이 40cm의 철통으로 만들어져 있다. 당간이란 절 앞에 세워 부처의 위신과 공덕을 나타내고 정의구현을 목적으로 당이라고 불리는 깃발을 달아 두기 위한 것인데 만든 재료에 따라 철당간, 석당간, 목당간으로 불리우며 간두의 모양에 따라 용머리 모양을 취한 것을 용두당, 여의주를 장식하면 여의당 또는 마니당, 사람의 모양이면 인두당이라고 했다 한다. 현재 전국에는 청주의 용두사지 철당간, 공주 갑사의 철당간, 나주 동문밖 석당간, 담양 읍내리 석당간 등이 남아 있으나 용두사지 철당간만이 조성연대가 명확하다고 한다. 이번에 아이와 함께 철당간 여행을 계획하면서 용두사지 철당간이라는 이름도 새삼스레 정확히 알게 됐다. 덕분에 아이에게 더 쉽게 설명해 줄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한국사 교과 과정을 시작하게 된다. 어릴 적부터 가까운 곳을 시작으로 아이와 함께 지역 역사 기행을 하는 것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곳도 좋겠지만 우리 지역에 있는 문화재부터 차근히 방문해보는 것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문화재를 볼 수 있다는 것이 꽤나 괜찮다는 걸 왜 이제야 깨달은 걸까.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문화재가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문화재가 뭔지도 역사가 뭔지도 모르는 그저 철부지 어린 아이지만 커가면서 서서히 스며들겠지.

너무 멀리서 아이와 할 것을 찾기 보다는 가까이에서, 근처에서 충분히 청주에 있는 문화재로 아이 눈높이에 맞춰 계획한 '청주 역사 기행'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늘 익숙한 곳이지만 자그마한 계획이 모여 우리 가족만의 추억으로 쌓이게 된다. 물론 이번 여행은 소박했지만 값어치는 그에 비교할 수도 없는 우리만의 소중한 여행 '청주 역사 기행'.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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