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진순 수필가

세상이 어지럽다. 한 달이 넘게 이어지는 장마로 여기저기서 재난이 발생하여 물난리가 났다. 소가 집을 잃고 물속에서 허우적거리지를 않나, 밤새 안녕이라고 잠자다 물에 떠내려간 사람이 없나 무너져 내린 하우스와 농작물 피해는 어마어마하다.

그런가 하면 국회는 임대차 보호 법안을 통과 시키고 부동산 정책을 안정화 시켜 보겠다고 연일 보도하고 있다. 법이란 힘없는 이가 자신을 보호받기 위하여 만들어졌다고 했다. 정말 그런 것일까.

1985년 살고 있는 집을 매입하여 지금까지 소중한 둥지라 여기고 지냈다. 남편은 뇌경색으로 12년째 투병중이다. 나 역시 여기저기 관절이 부실해져 한옥 집 높은 뜨락을 오르내리기 불편하여 고민 끝에 살기 편한 집을 짓기로 했다.

경계측량을 해보니 앞집과 옆집에 우리 땅이 들어가 있었다. 한집은 폐가인데 상속인도 없이 이번 장마로 무너져 흉한 모습으로 서있다. 토지 주인이 따로 있으나 함부로 철거를 할 수 없다고 한다. 토사가 우리 터로 넘어왔는데 누구한테 치워 달라고 할 수 없는 처지다. 건물 인허가를 내고 집을 지어도 땅을 찾지 못하면 준공검사가 안 난다는 이유로 집을 짓지도 못하고 있다.

건물주 친척에게 사연을 들어보니 남의 터에 살던 사람이 텃도지를 못내 몸만 쫓겨났다고 했다. 집을 토지주인이 차지하여 기와를 뜯어내 무너지게 했다는 이유로 토사를 치워 줄 수 없다고 했다. 토지 주인은 내 땅의 토사는 나보고 치우라고 한다. 이참에 토사를 치우고 집을 지어도 되는지 답답한 심중이다.

텃도지를 못 받았다고 집을 빼앗고 강제로 기와를 뜯어내 집을 무너지게 했다며 건물주가 아닌 제3자(살던 친척)가 사진을 찍어 놓고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여 토지 주인도 손을 못 대고 있으니 어찌 해야 할지.

토지 주인은 법이 잘못되었다고 하고, 그나마 개인재산이라 함부로 철거를 할 수 없는 법 또한 약한 자를 보호하는 법이라는 것을 배웠다. 졸지에 피해자가 되어 엉거주춤 집도 못 짓고 있는 나는 건물주가 사망자이니 법의 보호를 받을 방법이 오리무중이다.

법을 아는 자는 그 법을 악용해 이기적인 욕심을 채우기에 급급한 세상이다. 어찌 2살박이 아기에게 집을 증여하며 미성년자들이 집을 임대하고 있다니 놀랄 일이다.

외국인들이 이 작은나라의 부동산을 여러 채 가지고 있어도 법이 없어 통재할 수 없다고 한다. 특히 오래전부터 남의 터에 집 짓고 텃도지 주고 살다가 토지주인의 빛으로 경매로 넘어가 하루아침에 집을 빼앗기는 일도 다반사이다.

이진순 수필가
이진순 수필가

대법원장을 지내신분에게 재임시절 가장 가슴 아픈 사건을 질문하니 선한 이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던 부동산 법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악법이라도 없는 것 보다는 있는 것이 났다고 하셨다.

다산 정약용은 '백성을 머리에 이고' 세상을 바라보라 하셨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고 국회는 아옹다옹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현시대에 맞는 법들이 지혜와 슬기를 모아 만들어져 만백성중 힘없는 이가 상처 받지 않고 보호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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