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최근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긍정적 진단 결과가 전해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발간한 'KDI 경제동향(8월호)'에서 '코로나19 국내 확산이 둔화함에 따라 내구재 소비, 설비 투자를 중심으로 내수 부진이 완화됐다'고 밝혔다. KDI가 '경기 위축' 대신 '경기 부진 완화'라고 평가한 것은 6개월 만이다.

전 세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 증가, 미국·중국 간 대립 격화가 경기 회복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지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대내외 경제 심리가 반전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올해 2분기 기업들의 실적도 나쁘지 않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를 잠재우는 '어닝 서프라이즈'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전망치가 있는 상장사 중 2분기 잠정치를 발표한 50개 사의 영업이익 합계가 추정치 합계보다 13.8% 높았다. 50개 사중 절반 가까운 22개 사는 추정치보다 10% 더 많은 이익을 냈다.

특히 우리나라 글로벌 대기업들의 성과가 돋보였다. 지난 3월만 해도 대기업들의 앞날은 어두웠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은 치명적이었다. 격화되는 미국과 중국의 분쟁은 불확실성을 키우는 악재였다. 그러나 삼성전자, LG화학,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4대 기업의 실적은 일본의 경쟁 기업들을 압도했다. 2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매우 우호적이다.

우리나라 경제와 기업들의 선방은 지역산업정책 수립 방향에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충북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그동안의 경제 위기와 비교해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인구절벽,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견인할 미래성장동력 확보 등의 난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지속 성장을 위한 지역 산업구조 개편 방안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얼마 전 산업연구원에서 발간한 '지역 산업구조 전환이 생산·고용에 미친 영향 분석' 자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이후 주력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으며 2010년대 후반에는 일부 주력산업의 부진으로 지역경제 자체가 위기를 맞았다. 일부는 심각한 타격을 입어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가 세계 108개 국가의 산업을 10개 부문으로 묶어서 1995~2011년까지 산업구조 전환과 성장률의 상관관계를 살펴본 결과 양(+)의 관계를 입증했다. 즉 산업구조 전환이 빠른 국가가 높은 성장률을 나타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16개(세종시 제외) 시도를 대상으로 한 2007~2018년까지의 지역 산업구조 전환 유형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지역 주력산업이 건실한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성장산업이 부상하고 있는 지역으로서 충북, 경기, 대전, 강원 등이 이에 속한다. 둘째는 주력산업은 약화되고 있지만 새로운 성장산업이 뜨고 있는 지역으로 서울, 인천, 충남, 광주, 전북, 대구, 경북, 울산 등을 들 수 있다. 셋째는 주력산업이 경기 부진으로 큰 타격을 받았으나 여타 새로운 성장산업도 가시화되지 않고 있는 지역은 부산, 전남, 경남 등이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협력단장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충북 주력산업의 건실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고 전자·통신, 전기장비, 화학, 의약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부상하고 있는 지금이 산업구조 전환의 적기라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변화와 혁신에 속도가 붙으면서 산업구조도 빠르게 변하는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 대내외 변화에 대한 대응력, 회복력 및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수용력을 점검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와 기업들의 '위기 극복 DNA'를 지역산업정책 수립에 접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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