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현수 (사)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50일이 넘는 길고 긴 장마를 보냈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오랜 장마를 겪는 것은 처음입니다. 이번 장마로 슬프게도 생명을 잃는 일과 함께 큰 수해도 전국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장마는 오랫동안 우리나라 기후의 특징이었습니다. 장마에 대한 내용이 많은데 "여름철 계속해서 많이 내리는 비"라고 정의합니다. 장마의 어원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댱(長)+맣'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댱(長)'은 한자어로 '길다'라는 뜻이고 '맣'은 '마ㅎ'로 물을 뜻하는 '말'의 원형인 '무르', '미르'에서 나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다른 어원은 '오란비'라는 옛말에서 추정하기도 하는데 '여러 날 동안 계속되어 내리는 비'를 1500년대 이전에 '오란비'로 사용하다가 '오랜'의 한자어인 '장(長)'과 비를 뜻하는 '마ㅎ'를 합성하여 '댱마ㅎ'로 변한 것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장마는 예전의 장마와 다른 기후변화로 예측할 수 없는 무서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민물에 사는 물고기 중에 장마와 연관된 물고기를 뽑는다면 바로 어름치입니다. 어름치는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고유종으로 천연기념물 제259호로 지정되어 보호하는 물고기입니다. 어름치는 1907년 러시아 어류학자인 베르그가 서울 부근 해서 채집한 후 학계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조선시대 기록에도 어름치가 등장하는데 얼룩 반(斑) 자에 물고기 어(魚) 자로 반어(斑魚)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얼룩이 있는 물고기 즉 물속에서 얼룩이 어른거리며 보인다 혹은 어룽어룽한 작은 점무늬가 있다는 뜻으로 어름치의 어원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어름치는 물이 깊고 맑으면서 자갈이 깔린 중?상류 여울지역에 서식합니다. 한강과 임진강, 금강에서 분포한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금강 상류(옥천군 이원면) 어름치는 1978년 이후로 발견되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올해 마을조사 때 무주에서 어름치 치어를 발견했는데 어름치 복원사업을 통해 살아가고 있는 어름치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어름치는 충북 단양군 영춘면 일대에서 서식하고 있으며 남한강을 따라 강원도 일대는 어름치 마을로 지정해서 보전하고 있습니다.

어름치는 생김새도 빼어나게 아름다운 물고기이면서 특이한 산란을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바로 물속에 알을 낳기 위한 산란탑을 쌓는다는 것입니다. 수온이 17℃ 이상 올라가는 4~5월에 산란을 하는데 물 흐름이 완만한 여울에 웅덩이를 파고 산란을 합니다. 산란을 한 후 암컷은 돌이나 자갈을 물어와 대략 높이가 20~30㎝, 너비는 60㎝ 정도 산란탑을 쌓습니다. 그 후에도 서너 차례 산란을 한 후 암컷이 완전하게 산란탑을 완성합니다. 이는 물에 알이 쓸려 내려가지 않기 위한 어름치의 안전한 산란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보다 재미있는 것은 전해지는 이야기입니다. 산란탑의 위치를 보고 비가 많이 오는지 적게 오는지를 강원도 영월 지역민들이 예상했다고 합니다. 물 깊은 곳에 산란탑을 쌓으면 비가 적게 오는 해이고 물이 얕은 곳에 쌓으면 비가 많이 온다는 의미로 해석했습니다. 쉽게 장마가 길게 이어질지 적게 이어질지를 미리 알았다고 하는데 실제는 산란탑 위치와 강수량은 100% 맞지는 않습니다.

이번 장마에는 사람들의 큰 피해도 있지만 자연환경과 생태에도 큰 피해를 주었습니다. 특히 하천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물속 생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았고 이 생물들과 연결된 육지 생물들도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수해를 복구하기 위해 하천은 또다시 2차 피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참으로 슬프고도 무서운 일입니다. 이런 기후변화는 모든 생명들에 생존을 위협합니다.

박현수 숲 해설가
박현수 (사)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사람이 충분히 과학으로 자연을 조절할 수 있다는 주의는 이미 한계선을 넘었습니다. 물을 가두기 위한 보와 댐을 만들고 하천의 폭을 아무리 넓힌다고 해도 근본적인 기후변화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올해 어름치는 분명히 올바른 곳에 산란탑을 쌓았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로 생긴 장마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몇 백만 년을 살아오면서 경험으로 만들어낸 산란탑이 100년도 안 되는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사라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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