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계한 옛 친구 아들 보살펴 '화제'

60여 년 전 타계한 옛 친구와의 끈끈한 우정이 2대(代)에 걸쳐 이어져 오고 있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현대판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주인공은 예산교육청 이병학 교육장의 선친인 이기성씨와 김한용씨(전 육군 대학총장)를 비롯한 최익호씨(전 예산교육장), 허문회씨(전 서울농대교수), 이방호(삼성전자 중앙연구소 교수)씨 등 지난 1941년 청주사범학교 입학 동기생들.

올해 79~82세인 이들은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1941년 청주사범학교 개교와 함께 입학, 해방되던 해인 1954년까지 5년 내내 강제 노력동원, 혹독한 군사훈련과 전쟁동원으로 나라 잃은 뼈아픈 슬픔을 겪으며 학창 시절을 보내야만 했다.

그러나 어려운 학창생활에서 이들이 나누었던 우정은 뜨거웠기에 60여년 전 유명을 달리한 이기성씨의 아들인 이병학 교육장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1954년 졸업 후 초등학교 교사로 잠시 근무하다 청운의 큰 뜻을 품고 각자의 꿈을 키워 가던 중 이기성씨가 불의의 사고로 아내와 1살 된 이교육장만 남긴 채 타계했고 후에 친구의 사망 소식을 듣고 이들은 가슴을 치며 안타까워 했으나 각자의 일이 너무 바빠 수년간 소식도 전하지 못하며 지냈다.

그러던 중 1964년 전방부대 연대장으로 근무하던 김한용 씨가 당시 16세였던 이병학 교육장이 집안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 진학을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학비를 마련, 이 교육장을 인근 학교에 진학시켰고 40여 년 간 친 자식처럼 보살펴 주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 교육장의 이야기가 청주사범 1회 동기생들에게 알려져 이 교육장은 1990년부터 수차례 걸쳐 아버지를 대신해 청주사범 1회 동창모임에 참석해 그들과 자연스런 인간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들 중 22년전 제14대 예산교육장을 지낸 최익호씨와 교육자로서 대선배이기도한 김한용, 이방호, 허문회 씨 등 청주사범동기생은 이 교육장이 좀 더 훌륭한 스승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10여년 동안 애정으로 보살피며 친구에 대한 우정을 2세 사랑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들은 80세위 고령에도 불구, 2003년 이 교육장이 그의 모친의 자전적 일대기인‘심선댕이 등잔불의 모정’의 발간에 참여 옛 우정을 기리는 내용의 글을 일대기에 함께 실어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우정을 실감케 하고 있다.

또 이들은 지난 8월27일 예산 교육청을 방문, 이 교육장이 교육자로서 맡은 사명을 바르게 실천하기를 기원하는 내용의 한시(漢詩)를 직접 붓으로 쓴 작품을 전달, 격려했다.

이들은 이날 이 교육장의 안내로 예산 수덕사에서 오찬을 들고, 덕산 충의사를 둘러 본 후 여 년 전의 고우(故友)와의 아름다운 추억, 귀중한 인연을 감사하며 즐겁고 환한 웃음을 나누면서 예산역에서 이 교육장 부자의 환송을 받으며 서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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