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국적으로 몰아친 태풍급 강풍으로 도내를 비롯해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한 19일 청주시 흥덕구 원평동에서 비닐하우스가 무너져 농부가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 김용수

올 초부터 대한민국을 마비시키고 있는 코로나19의 와중에서도 자연재난이 끊이지 않아 우리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50여일 넘게 이어지다가 최근에 그친 사상 최장의 장마는 하천변을 중심으로 전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로 인한 물 난리는 비가 그친 뒤 10여일이 지난 이제서야 집계가 마무리될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큰 상처가 되고 있다. 여기까지만해도 대한민국이 져야 할 짐이 너무 큰데 이번에는 태풍이 몰려온다.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올해 첫 태풍인데다 규모도 크지만 방향이 더 문제다.

잘 알려졌듯이 태풍은 진행방향의 왼쪽보다 오른쪽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위험반원이다. 특히 바람의 세기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강습한 태풍의 경우 서해쪽으로 빠져나간 것과 동해로 치우쳤던 것과의 차이는 매우 크다. 물론 한반도 상륙에 따른 피해가 가장 우려스럽지만 발생 건수 등 서해안을 따라 북상하는 태풍을 경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서해쪽을 통과하게 되면 태풍 피해가 자주 발생하지 않는 충청도도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 더 우려스럽다.

제8호 태풍 바비는 26일쯤 한반도에 영향을 주기 시작해 26일 밤부터 27일 낮까지가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얼마전까지의 집중호우로 지반이 약해진 탓에 적다고 하더라도 비 소식은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바람이다. 예고대로라면 최대 초속 43~47m로 초강력 태풍에 버금간다. 유독 큰 바람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혔던 2003년 태풍 매미가 소환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남부를 강타하며 역대 2번째 피해액을 기록한 매미에 비해 바비는 한반도내 위험반원이 더 크다고 한다.

따라서 벌써부터 태풍 바비의 북상경로와 인접한 제주도와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 서해안 지역이 걱정이다. 내륙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위험반원인데다가 과거 예로 볼때 시설물 피해가 상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않아도 침수 피해가 컸던 비닐하우스 등이 그렇고, 큰 바람이 불면 물러진 과일들의 낙과가 예상되는 과수농가들도 그렇다. 아직 귀가하지 못한 가정에서는 이번 태풍에 더 피해가 커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할 수 밖에 없다. 엎친데 덮친 격인 수해민은 물론 국민 모두가 하늘이 야속할 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깜깜이 수준이었던 집중호우와는 달리 태풍은 예상 진로와 진행상황을 미리 알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장맛비로 충청권에만 9개 시·군 전역과 3개군 5개 읍·면, 대전 1개동 등 15곳의 특별재난지역이 발생했다. 여기서 피해가 가중된다면 그야말로 회생불능의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재기의 의지마저 꺾일 수 있다. 예고된 태풍에 대한 대비를 그 어느 때보다 철저히 해야 하는 까닭이다. 사람의 힘을 넘어선 자연재난을 피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설상가상(雪上加霜)은 막아야 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