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취소 다시 집콕 … 자영업 '불황' 택배·배달업 '호황'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 충주시 봉방동에 사는 K모(62) 씨는 요즘 거의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두문불출이다.

3개월 전 심혈관질환 수술을 받은 그는 부득이한 식사자리 외에는 일체 식사 약속을 하지 않고 외부 출입도 하지 않는다.

이미 약속해 놓은 식사자리마저도 웬만하면 상대방에게 양해를 구한 뒤 취소하고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1만5천 보씩 꾸준히 걷기운동을 하고 있는 그는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주로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곳을 찾아다니며 걷고 있다.

기저질환자들에게 코로나19 감염은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딸의 결혼식을 위해 예식장까지 예약했던 K(60) 씨는 코로나사태가 발생하면서 미리 인쇄한 청첩장까지 폐기하고 예약을 취소했다.

K씨는 당시 코로나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아예 6개월 후인 다음달 5일로 결혼식을 연기했지만 갑자기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결혼식을 또 연기할 수 없어 50명 미만의 아주 가까운 친지들만 초청해 스몰 결혼식을 치르기로 했다.

한동안 우리나라는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면서 코로나19 대응 사례가 전세계의 모범으로 자리잡아 국민들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코로나19 재 확산세가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에 들어가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재확산 이후 충주에서는 지난 16일 50대 부부가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은데 이어 21일 20대 충주시립택견단원이 양성 판정을 받았고 22일에도 70대 여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등 불과 6일 사이에만 4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특히 이 가운데 가장 최근에 확진 판정을 받은 70대 여성은 남편과 함께 광화문에서 열린 광복절 집회에 참가했다가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충주시는 지난 23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2주 간 노인·장애인복지시설과 노인일자리 사업을 임시 중단했다.

또 수안보 하이스파를 비롯해 세계무술박물관과 체험관광센터, 의상대여소, 자전거대여소, 강배체험관, 관광안내소, 나무숲 놀이터, 탄금호 물놀이장, 라바랜드 등 10개 소의 관광지와 관광시설 운영도 임시 중단했다.

체험관광센터가 진행해 온 감성·별빛투어를 비롯해 시티투어와 수상레저체험 등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 운영도 일시 중단했다.

이와 함께 올해로 50회를 맞는 지역의 대표 축제인 우륵문화제를 처음으로 취소하는 등 올 가을에 예정된 모든 행사를 취소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심리적 불안감이 커지면서 이제 마스크는 필수 에티켓 물품이 됐다.

시민 H모(45) 씨는 "최근에는 본인의 안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눈치가 보여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다닐 수가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자영업자들의 시름도 다시 깊어지고 있다.

시내 음식점이나 카페, 노래방 등은 한동안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면서 점차 회복기미가 보였지만 최근 재확산 조짐에 따라 손님이 크게 줄었다.

충주에서 맛집으로 알려진 B음식점 주민 P(61) 씨는 "지난달부터 손님이 늘기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손님이 다시 절반 이상 줄었다"며 "그나마 우리는 나은 편으로 아예 하루종일 파리만 날리는 식당들도 있다"고 말했다.

충주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은 호암지 인근의 S커피숍은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매장이 거의 텅 빈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음료나 커피 등을 주문하려는 사람들은 늘어 차량들이 길게 줄을 서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많은 노래방들은 아예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택배회사와 주문배달업소들은 오히려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사람들이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 구입을 선호하면서 택배기사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택배기사 C(52) 씨는 "최근 들어 택배물량이 늘면서 제시간에 식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초인종을 눌러 물품을 직접 전달했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는 고객들이 직접 대면을 꺼려 물품을 문 앞에 두고 오는 것이 일반화됐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외식을 꺼리고 집에서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배달원들도 바빠지긴 마찬가지다.

충주시 용산동에 있는 치킨집 주인 D씨는 "한동안 주문이 주춤해지다가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배달 주문이 2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이 가게는 주인과 아르바이트 배달원 3명이 교대로 하루 150마리 정도의 치킨을 배달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우리의 기본적인 생활패턴조차 크게 바꿔놓고 있다.

사람들은 무엇보다 코로나19가 더이상 확산하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만약 사회적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될 경우, 이후의 상황은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상황이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정도로 코로나사태는 실로 우리 사회에 엄청난 파급을 미치고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몸보다도 마음이 먼저 지쳐 버티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한숨과 함께 무심코 내뱉는 한 자영업자의 말은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로 다가와 있는지 실감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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