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 재래사장

떠나자! Tour

대전 유성구 장대동 일원 유성 재래시장은 1916년부터 내려 온 5일장으로 해방후 70년대 초만해도 포목, 청과, 기물, 잡화 등이 어우러진 중부권 최대 종합시장으로 한 때 유성을 상징했던 곳이다.

유성장날은 오늘날 4일, 9일 장이지만 시장 초기에는 5일과 10일에 장이 열렸다고 한다. 이후 인근 정기시장 상인들의 불편함을 덜기위해 4일,9일로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장날이 되면 대전은 물론 인근의 공주군,조치원,금산 논산 등지의 사람들로 그야말로 성시(盛市)를 이룬다.

모든장이 그러하듯 유성장은 채소,야채,과일 등을 비롯 의류,신발,생선 등 생필품 그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이 모든 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장(場)의 규모로 보아도 성남의 모란장,광주(光州)의 송정장과 함께 오늘날 도심속 3대 재래시장으로의 명성을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성장이 들어서는 날이면 만병통치를 외치는 약장수, 쌀 콩 등의 곡물류를 대박으로 사고파는 모습, 무쇠솥을 걸어놓고 국밥을 파는 국밥집, 천원짜리 잔치국수집 등이 옛날 그대로이고 유성장의 정취는 아련한 향수를 새김질 하기에 충분하다.

물건구매도 하거니와 이런 맛으로 장날이면 3천500평의 저잣거리에 전국에서 몰려든 800여명의 상인들,하루 3천여명의 대전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룬다하니 웬만한 서구 대형 할인마트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다해도 과언 아니다.

그러나 근간 대형유통점과 백화점이 넘쳐나면서 유성시장은 상대적으로 매출 감소 및 빈점포가 늘어가고 있어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흔치않은 도심속 5일장 전통을 면면히 이어 온 유성재래시장이 상설기능의 현대식 시장으로 탈바꿈한다.

거센 도시화의 물결에 밀려 90여년 전통 풍물시장의 맥이 끊긴다하니 유성관광 휴양지의 또 하나의 볼거리가 사라지는 셈이다.

어쨋든 유성구는 위축된 재래시장을 활성화하고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유성 재래시장에 12억7천만원을 투자해 현대식 상가건물을 재건축하고 올해말 개장할 계획이다.

기존 유성장옥 290평 부지에 지상 2층 규모의 현대식 건물로 새단장 한 재래시장은 1층에 25개의 점포가 들어서고 2층에는 고객지원센터와 놀이방,상인회의실 등이 자리잡을 전망이다.

상설시장 기능을 강화한 현대식 건물은 가운데에 6m가량의 통로를 마련해 양쪽에 건물을 올리는 아케이드 방식으로 설계해 이용객들이 계절에 상관없이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또 건물 주변은 그런대로 전통 5일장 상권을 유지,재래시장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고 하나 아쉬움이 남는다.

유성시장 번영회 박정기(53) 회장은 “재래시장 재건축이 완료되면 노후화로 인한 화재나 붕괴 위험이 모두 사라진다”고 말한 뒤 “다소 아쉬움은 있으나 전통 5일장과 상설시장이 혼재된 상권을 형성해 유성경제를 회복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첨단 대덕연구단지와 왠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유성 시골장터. 새삼 옛 것을 말하기에 앞서 유성장에는 우리네 삶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에 보존의 가치가 새롭기만하다.

▶ 맛있는 집

◇ 윤정식당

5일마다 장이 서는 유성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이라면 시장통 한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순대집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맛도 맛이지만 순대집 아줌마의 후한 인심에 숨은 선행까지 순대집에서 풍겨나는 그윽한 토속 맛에 이끌려 사람들은 문전성시를 이룬다.

오래전 막걸리를 거르는 양조장이 있던 터에 자리한 대여섯평 남짓 쪽방을 개조해 만든 허름한 식당이지만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오는 명성과 입소문 탓인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장날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윤정식당 주인은 24년전 고향인 옥천에서 유성으로 시집와 1남 2녀의 자녀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는 양영희(46세)씨로 시집온 뒤 3년만에 남편을 여의고 어린 자식들과 함께 살기 위해서는 안 해본 일이 없다 한다.

온갖 고생끝에 자리잡은 곳이 바로 지금의 순대집으로 뜻있는 분의 도움으로 순대집을 차려 어린 자녀 대학까지 보내면서 살아왔다

그는 “특별히 남에게 베푼다든지 그런 것은 없어요.다만 돈없고 배 고픈 사람들이 찾으면 옛시절 생각나서 넉넉하게 건네주는 정도지요” 라는 아주머니의 모습에서 시골 장터의 훈훈함 배어난다.

주위의 단골손님 지창준(58세)씨는 “보면 볼수록 정감이 듭니다. 술 손님들이 먹다 남은 순대를 남기고 가면 그 다음에 찾을 때는 남은 분량만큼 덤으로 주기도 하고, 안주가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순대 한줌 금새 쥐어다 주기도 하고 그런 모습을 자주 접하다 보니 친근감이 생기더군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매년 김장철이 오면 넉넉하게 버무려 미처 장만할 여력이 없는 이들에게 나눠주고 학용품 구입비가 없어 등교길에 머뭇거리는 어린 학생들을 보면 만원을 선뜻 내미는 인정많은 동네 아줌마.

양씨는 말한다 “어렵게 지내는 어린 학생들을 위해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미력하나마 힘쓰겠다”고. 장날이면 순대집을 찾는 사람들은 그녀의 모습에서 순대가 아니라 사랑과 희망을 사 갖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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