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박재원 경제부장

아마 1990년대 정도까지 유행했던 대공 표어 중 하나는 '어둠 속에 떨지 말고 자수하여 광명 찾자' 일 것이다.

당시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이 말을 들으면 '113'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분단국가를 상징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표어였다.

대상은 북한에서 침투시킨 대남 '간첩'이다. 간첩 활동을 접고 스스로 신고해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평안을 찾으라는 권유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재확산하는 요즘, 이 용어는 광복절 광화문 집회에 참가하고도 바이러스 진단검사를 받지 않는 그들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광화문 집회 현장에 있었으면서도 아닌 척하며 검사를 거부하고, 사회 곳곳을 활보하는 그들은 이 사회를 불안과 혼란으로 몰아넣는 바로 '간첩'이 될 수 있다. 아니 주변에 피해까지 입히니 그들을 '바이러스 간첩'으로 간주해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청주에선 이 바이러스 간첩 한 명을 찾아냈다. 그는 광화문 집회에 참여했으면서 검사를 받지 않았다. 보건당국이 여러 차례 걸쳐 자진 검사를 유도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으나 유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결국 그가 일했던 시설 이용자와 직원은 물론 가족까지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검사를 받지 않던 그 또한 보건당국의 밀접 접촉자 강제검사에서 확진자로 판정됐다.

현재까지 정확한 역학조사 결과는 나오질 않았으나 광화문 집회 참석을 극구 부인하던 그가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개연성이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에게는 당연히 검사 거부에 따른 수사기관 고발조치는 물론 전파 사실까지 입증되면 환자의 치료비, 방역비용 등 모든 제반비용이 청구될 예정이다.

아직도 이 같은 바이러스 간첩은 청주에 넘쳐난다. 현재 70명 정도로 이들은 보건당국의 진단 검사 요청에 응하질 않는다고 한다.

보건당국은 청주에서 전세버스 10대가 광화문 집회에 동원된 사실을 확인했고, 당시 인솔자 3명으로부터 300명 넘는 참가자 명단을 확보했다.

이 명단을 통해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했으나 일부는 아직 검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 가족, 직장 동료, 이웃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잠재적 보균자가 무슨 심보로 검사를 받지 않는지 시민들은 의아해한다.

혹시 종교적 신앙심이나 투철한 보수적 이념이 바이러스를 물리쳐 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아닐까 싶다. 그들은 국민적 위협 요소로 종교인도, 보수성향도 아닌 사이비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자유주의국가에서 검사를 받지 않는 것도 그 개인의 자유다. 허나 그에 따른 책임은 반드시 져야 하고 물려야 한다.

박재원 경제부장

집회 참가자 중 검사 불응자가 확진으로 판명 나거나 주변에 전파까지 했다면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가리지 말고 반드시 본보기를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도 이제 무관용 원칙을 원한다.

현재도 자신을 숨기며 노심초사하는 집회 참가자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검사받고 광명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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