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숙 성화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수석교사

유치원 교육과정이 놀이중심으로 개정되면서 교사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교사 교수에 관한 고민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즐기며 무슨 배움이 일어나는지에 초점을 둔 교수의 관점이 바뀌었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더 즐거울 수 있도록 어떻게 놀이를 지원할지, 그 놀이 속에서 유아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놀이중심 교육과정을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에 빠진 교사들에게 "아이들과 친하세요?"라고 질문을 한다. 그러면 교사들은 한결같이 친하다고 한다. "친하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라고 다시 질문한다. "아이들이 나에게 와서 같이 놀자고 하기도 하고, 역할놀이 하면서 맛있는 것을 만들었다고 먹으라고 가져오기도 해요"라며 친하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교사에게 친근감을 보이거나, 교사의 관심을 얻고자 먼저 다가오는 상황을 교사는 아이와 친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이들은 "난 선생님하고 친해지고 싶어요. 선생님 저에게 관심 가져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지 살펴야 한다.

우리는 어느 친구와 친하다고 할 때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고, 자주 만나고, 같이 이야기하고, 함께 즐거워하고, 서로 고민을 덜어주기도 하고…" 등으로 표현한다. 그렇다면 아이들과 친하다고 하는 교사들은 이처럼 아이들과 함께 시간과 마음을 공유해야 한다. 아이들이 좋아서 가까이 가고 싶은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친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다.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다면 먼저 관심을 보이고 궁금해하면 된다.

아이들이 뭘 먹고 오는지,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궁금해하면 좀 더 아이들에게 가까이 갈 수 있다. 그러면 아이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좀 더 이해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궁금한 것을 해소하기 위해 이것저것 묻기만 하면 안 된다. 한 가지만 질문하면 아이 스스로 두 가지를 말할 수 있도록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 된다. 그러면 유아는 '선생님은 내 편이구나.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구나'라고 믿게 되고, 신뢰감 있는 친구 관계가 되는 것이다. 그 신뢰감은 아이들이 교사의 말에 귀기울이는 태도를 만든다. 이게 바로 상호작용이고 아이들과 눈높이를 같이하는 친구가 되어가는 것이다. 상호작용은 일방적인 것이 아닌 쌍방향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에게 가까이 가기가 쉽지 않다. 말하는 것도 줄여야 하고 손잡아주기도 조심스럽다. 아이들과 친해지는 방법을 찾기 더 어려운 상황이다.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은 표정을 보일 수도 없다.

그저 우리는 눈으로 상대방의 기분을 헤아리고 표정을 읽어야 한다. 내 눈은 아이들에게 반가움을 제대로 말하고 있는지, 아이들은 내 눈을 보며 나의 사랑을 읽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변화돼 가고 있다. 우리도 눈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마스크로 가려진 내 눈이 정말 웃고 있는지, 웃음이 5분 이상 지나도 노려보는 눈이 아닌 웃음을 지속하고 있는지 연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조금은 과장되더라도 손짓, 발짓, 몸짓으로 아이들에게 행복을 전달하는 무언의 언어도 사용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짝사랑을 받는 교사, 아이들과 놀아주는 교사가 아니라, 만나면 반가운 친구 사이, 아이들과 함께 노는 것이 즐거운 교사와 함께라면 놀이중심 수업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하원할 때 부모님이 자녀에게 묻는다.

"유치원 재미있었어?." 부모 손을 잡은 아이가 환한 모습으로 "네 유치원 재미있었어요"라고 대답한다.

성은숙 성화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수석교사
성은숙 성화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수석교사

이런 말을 들은 교사는 하루 일과가 보람되게 마무리 할 수 있어 흐믓하다. 유아들은 선생님께 묻는다 "선생님 오늘 저희랑 재미있었어요?", "네. 재미있었어요. 내일도 너희들과 놀고 싶어요"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왜냐면 우리는 친한 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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