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서 마스크 미착용 80대 퇴원자 고발

증상 발현 숨겼다면 아무 일 없을 사례

고발장 남발로 거짓진술 유도 가능성 커

[중부매일 박재원 기자] 청주시가 확진자 이동동선을 은폐하게끔 하는 '역효과 행정'을 펼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는 시내버스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80대 확진자 A(33번·퇴원)씨를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조치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8월 4일 시내버스(832번)에서 마스크를 코 밑으로 내린 채 40분정도 타고 이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A씨는 나흘 후인 같은 달 8일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앞서 시는 감염병 예방법 개정(8월 12일) 전 당시 조항(49조 1항 8호)을 근거로 5월 30일부터 시내버스 승객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행정명령했고, 이를 위반한 승객이 확진자로 판정되면 고발조치한다고 했다.

시는 증상이 호전된 A씨가 지난 4일 퇴원하자마자 이를 근거로 경찰에 고발했다.

방역지침 준수를 명하는 행정명령을 어기면 같은 법(80조 7호)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청주시의 이 같은 대응이 자칫 확진자 역학조사를 힘들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고발이 가능했던 주된 이유는 확진 판정 후 A씨가 역학조사 과정에서 발열 등 자신의 건강상태를 솔직하게 설명해서다.

A씨의 역학조사 시작일은 8월 3일부터 설정됐다. 역학조사는 증상 발현이 있는 날 2일 전부터, 무증상인 경우는 진단일 2일 전부터 시작한다.

A씨는 보건당국에 지난 8월 5일부터 기침, 발열 증상이 있었다고 털어놔 역학조사는 같은 달 3일부터 시작했다.

만약 A씨가 증상을 숨겼다면 역학조사는 확전 판정 2일전인 8월 6일부터 시작됐고, 고발의 빌미를 제공한 시내버스 탑승 행적(8월 4일)은 아예 드러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거짓으로 무증상을 주장했다면 버스를 탔던 4일은 역학조사에서 제외됐을 것이고 시는 A씨가 이때 버스틀 탔든, 마스크를 안 했든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이다.

마스크 미착용을 고발할 정도의 추가 감염도 없었다.

당시 시내버스에 동승했던 탑승자와 운전기사 등 9명을 검사했으나 감염자는 없었다. 물론 자가격리로 간접 피해를 보았으나 다른 밀접 접촉자와 마찬가지로 당연히 거쳐야 할 방역 절차다.

일부에선 방역지침 위반을 본보기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지난 8월 12일 이미 법이 개정돼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행정명령을 어기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전에는 이 같은 세부 조항이 없어 행정명령 위반자를 통상 확진자로 국한할 수밖에 없었으나 이제는 모든 시민으로 확대해 적용할 수 있다.

또한 과태료 조항 신설로 대중교통 마스크 미착용으로 A씨처럼 고발당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굳이 80대 노인을 고발하면서까지 주의를 환기할 필요성이 있었는지 의문이 더 제기된다.

오히려 시의 고발장 남발이 확진자를 위축시켜 이동동선을 숨기거나 거짓 진술을 유도하는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시 관계자는 "행정명령 위반에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의미"라며 "이동동선 결과를 가지고 접촉자를 조사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확인하는 과정에서 위반 사실을 찾아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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