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을 읽다] 조환문 청주IT과학고 교사

似而非(사이비)는 似(사)는 '비슷하다', 而(이)는 말잇다는 뜻으로, 앞말과 뒷말을 잇는 접속사로 '그리고, 그러나', 非(비)는 '아니다'의 뜻입니다. 따라서 "비슷하다, 그러나 아니다."로 해석이 됩니다. 그래서 사이비는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본질에서는 아주 다른 것을 뜻합니다. 그림을 살펴봅시다. 얼핏 보면 잘못 그린 그림처럼 볼 수 있습니다. 경찰이 일반인에게 잡혀가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자세히 보시기 바랍니다. 경찰복을 입은 사람은 진짜 경찰이 아니라 경찰복을 입고 사기를 친 사람입니다. 사복을 입은 사람은 진짜 경찰이지만 경찰복을 입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바로 경찰복을 입지 않은 진짜 경찰이 경찰복을 입은 사기꾼, 곧 사이비 경찰을 잡아가는 장면입니다. 사이비는 진짜와 비슷해 보여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쉽게 당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이비에 노출돼 있습니다. 사이비라고 생각되지만 쉽게 사이비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비일비재(非一非再)합니다.

이 말의 유래입니다.

'孟子(맹자)'〈盡心章句 下(진심장구 하)〉孔子曰 惡似而非者 惡? 恐其亂苗也 惡? 恐其亂義也.

공자(孔子)께서 말씀하셨다.

'비슷하나 아닌 것을 미워한다(惡 미워할 오). 가라지를 미워하는 것은 벼 싹을 어지럽힐까 두려워하기 때문이요, 말재주가 있는 자를 미워하는 것은 의(義 옳을 의)를 어지럽힐까 두렵기 때문이다'

이 말씀은 공자께서 벼 싹과 비슷한 가라지나, 의롭지 않으면서 말을 잘하는 사람을 미워하신다는 것입니다. 곧, 공자께서는 비슷한 것이 참인 것처럼 위장해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을 싫어하신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이비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대구의 사이비 종교집단인 신천지로 인해 확진자가 대량 발생하면서 신천지는 더는 종교집단이 아닌 가짜임이 드러났습니다. 최근 8·15집회 이후에 다시 갑자기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말 잘하는 사이비들의 가짜 주장과 가짜 뉴스에 현혹돼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습니다. 심지어 자신들이 코로나에 걸렸는데도,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그들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코로나 검사조차 받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방역 당국은 매우 당혹했고, 국민은 사회적 격리가 2.5단계에 이르러 엄청난 사회·경제적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말 잘하는 사람의 말에는 그 마지막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추수 때까지 둘 다(가라지와 밀)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추수할 때에, 내가 추수꾼에게, 먼저 가라지를 뽑아 단으로 묶어서 불태워 버리고, 밀은 내 곳간에 거두어들이라고 하겠다(마태복음 13장 30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추수 때 곧, 그 끝은 다릅니다. 처음엔 같아 보이지만 사이비이기 때문에 그 끝은 다릅니다. 이것을 '다른 끝'이라는 뜻의 '이단(異 다를 이, 端 끝 단)'이라 합니다. 우리는 혼란스럽게 하는 사이비나 이단을 조심해야 합니다.

조환문 청주IT과학고 교사

그러면, 사이비와 이단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좀 더 공부하고, 연구하며, 세밀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한쪽만 보고 듣지 말고, 다른 쪽도 객관적으로 보고 듣고 판단해야 합니다. 또한 주장하는 자의 표면적인 것만 보지 말고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자신의 이익인지,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바로 그 안에 '사랑'이 있는지, 없는지를 살펴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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