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금란 대전본부 부국장

지난달 23일 지역 인터넷 기자 확진으로 그와 접촉했던 대전, 세종, 충남지역 수십 명의 기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소동이 빚어졌다. 대부분의 기자가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동시에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자가격리자는 주소지 관할 보건소에서 관리하고, 격리기간동안 생활에 필요한 즉석밥과 냉동육계장, 구운김, 라면, 생수, 마스크 등의 물품이 지원된다.

또한 자가격리자는 휴대폰에 '자가격리 앱'을 설치하고 하루 두 차례 자가진단을 해야한다. 자가진단의 경우 체온을 꼭 측정해 기록해야 하고 열 또는 발열감, 기침, 인후통, 호흡곤란 등의 여부를 '예, 아니요' 형식으로 체크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달 25일 청주흥덕보건소로부터 지원물품을 받아보니 정작 자가진단에 꼭 필요한 체온계가 빠졌다. 지원물품과 함께 배달된 '자가격리 Q&A' 안내문에 '현재 체온계 공급 부족으로 인해 자가격리 물품에 체온계를 지급하고 있지 못하는 실정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이 있어 상황파악은 됐지만 안내문까지 만들어 배포할 정도면 체온계부족사태가 하루이틀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대전지역에서 같은 기간 자가격리됐던 기자도 체온계를 못 받았고 하는걸 보면 이는 청주흥덕보건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상황으로 미루어 짐작된다.

혼자 사는 격리자의 경우에는 누군가에게 체온계를 사다달라고 부탁을 하거나 그럴 사정도 못되면 결국 외출을 할 수밖에 없어 방역당국이 격리장소 이탈을 부추기는 꼴이다. 더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실제로 체온측정을 하지 않고 임의대로 체온을 기록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어 자가격리 관리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다른 지원물품은 빠져도 문제되지 않지만 자가격리자에게 체온계만은 필수적이다.

자가격리 장소를 이탈했는지 여부도 확인할 수 있는 '자가격리 앱'도 불안정하다.

격리 위치를 벗어날 경우 경보음이 울리게 되는데 새벽 취침 시간대에 휴대폰이 장시간 움직이지 않는다고 '삑삑' 경보가 울린다. 낮 시간대에도 같은 이유로 '삑삑' 댄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깜짝 놀랄 정도다. '에러'가 발생할 경우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동사무소 직원의 설명이지만 난생처음 겪는 자가격리자들에게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감시받고 있다는 유쾌하지 않은 기분까지 갖게 만든다. 몇 달 동안 격무에 시달리는 방역당국의 노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결코 소홀히 할 문제는 아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추가 발생했다는 보도 자료가 하루에도 몇 차례씩 전달된다. 지난 8일에도 오전 9시6분, 오후 5시24분·9시56분 등 세 차례나 대전시로부터 받았다.

김금란 부국장 겸 교육부장
김금란 대전본부 부국장

코로나19 유행 확산세가 다소 잦아들면서 한때 400명대까지 치솟았던 전국 신규 확진자가 100명대로 감소했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모두가 지쳐가지만 예방·관리에 구멍은 없는지 방역당국의 촘촘한 시스템 점검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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