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제천 백운면의 한 과수원에서 뿌리째 캐낸 과수나무들을 땅에 매몰하는 방제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충북도 제공<br>

코로나19로 인한 방역과 손실지원, 거듭된 집중호우에 따른 수해복구 등 생각지도 못했던 큰 돈 때문에 자자체들의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 이처럼 돈 들어갈 곳이 늘어난 데다가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으로 중앙에서 주던 교부금마저 줄어 재정상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재정부담을 가중시키려 해 논란과 비난이 일고 있다. 지원을 늘려도 시원치 않을 판에 부담을 키우니 탈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그 중심에 가뜩이나 재정상황이 열악한 충북이 자리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식물방역법 시행령' 개정안이 논란의 도마위에 올랐는데 공적방제 손실보상금의 일부를 지자체에 부담시키는 내용이 포함됐다. 문제는 그 대상에 최근들어 충북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 과수화상병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지금까지 전액 국가지원이었던 손실보상금의 일부를 지자체가 책임지게 된다. 즉, 과수화상병 보상비용 일부를 지자체에서 부담하라는 요구다. 하지만 이는 금액, 분담의 크기와 관계없이 출발선부터 잘못됐다. 비용을 떠넘기기에 앞서 책임 여부를 따져야만 한다.

지난 2015년 충남 천안을 시작으로 이제는 매년 발생이 되풀이되는 과수화상병은 국가검역병으로 1차적 책임은 국가에 있다. 따라서 이를 막기위한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등의 책임도 국가에 있다. 그러나 알려진대로 현재로서는 속수무책이다. 결국 아무런 방제대책이나 수습방안도 없이 문제가 커지니 지자체도 함께 책임을 지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비용 떠넘기기를 넘어 책임 전가인 셈이다. 예방과 치료가 안된다면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제대책이라도 내놓고 그 다음을 따져야 일의 선후가 맞지 않겠는가.

게다가 과수화상병 피해는 해를 거듭할수록 눈덩이가 되고 있다. 특히 충북이 막심한데 올해 피해면적만 290㏊에 이른다. 수년째 전국 최대인데 발생기간도 길어져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또한 매년 확산이 거듭되면서 경기·충청 등 중부권 여러 곳에서 발생하고 전북, 강원까지 번졌다. 이렇다보니 해당 지자체들은 방제에 애를 태우고 있다. 올해처럼 일이 겹칠 경우 상황은 더욱 꼬일 수 밖에 없다. 예찰 활동과 뒷처리 등 수습만으로도 벅차다, 여기에 재정부담까지 얹겠다니 이 정도면 몰염치나 다름없다.

아직 그 피해가 일부지역에 그치고 있지만 과수화상병은 국가적 과제다. 머지않은 시일내에 전국적인 상황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중앙정부는 비용·책임전가 등 지자체를 물고 늘어지는데만 급급할 뿐이다. 손실보상금 역시 책임을 져야 할 곳에서 비용을 감당하는게 옳은 일이다. 근본적인 개선대책이 마련된 뒤라면 지지체들도 비용분담을 고민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금이라도 책임 떠넘기기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과수화상병 손실보상금 지자체 분담 계획을 접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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