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와 르누아르를 만나다
모네와 르누아르를 만나다
  • 중부매일
  • 승인 2020.09.1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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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김경구 아동문학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

종이가 귀하던 시절, 내가 좋아하는 종이는 달력 뒷면이었다. 큰 숫자가 있는 달력 뒷면은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도화지가 되어주었다. 우리 집 벽에 걸린 달력 뒷면은 내 그림으로 12월까지 꽉 차곤 했다.

초등학교 5학년 여름방학 때였다. 마음먹고 산 큰 도화지를 함석 대문에 빨래 집개로 고정 시켜 이젤 삼아 그림을 그렸다. 그 그림을 방학숙제로 제출해 상을 받았다. 그 계기로 나의 그림사랑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다 중학교 때 미술교과서를 받았는데 정말 아름다운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르누아르의 '책 읽는 소녀'라는 그림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아버지가 약국에서 새 달력을 가져왔는데 역시 같은 화가의 '테라스에서'란 그림이었다.

밝고 부드러운 그림에 마음을 빼앗긴 나는 그 이후 르누아르의 그림을 보면 가위로 오려 보관했다. 그리고 달력으로 나온 그림은 그 달이 지나가면 벽에 붙여 놓았다.

내가 그림을 좋아하면서 궁금한 것이 있었다. 우리나라 그림은 화가 이름을 보면 남자인지 여자인지 나름 판단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외국화가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화가 르누아르도 그냥 느낌에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 후 내가 좋아한 화가는 모네였다. '양귀비 들판'이란 그림과 '인상-해돋이'란 제목의 그림을 처음 만났다. 그 이후 수련이 나오는 많은 그림을 보았다.

초등학교 때 미술반에는 여자가 한 20명이라면 남자는 한두 명이었다. 중학교에 가서도 그림 그리는 남학생은 별로 없었다, 그래선지 난 화가는 여자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네 역시 여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르누아르와 모네가 대표적인 인상파로 둘 다 남자라는 것을 알고 당혹스러웠다. 그래서 더 두 화가의 그림을 흥미롭게 보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중 지난 8월에 눈에 번쩍 뜨이는 일이 생겼다. 바로 충주중원문화재단 주관으로 인상파의 거장 모네와 르누아르 걸작 레플리카 전시회가 열린 것이다.

전시장에서 그림을 어찌나 친절하게 잘 설명해 주는지, 원본 그림을 보는 것 같이 아주 황홀했다. 책에서 그냥 보던 그림을 눈앞에서 자세한 설명과 함께 보니 그날 하루는 횡재한 날이었다. 문화회관 전시회 공간도 딱 좋고 여름날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던 화가가 같은 시대를 산 사람이라고 하니 새로웠다. 모네는 1862년 샤를 글레르의 화실에서 처음으로 르누아르를 만난 후 가까워졌다고 한다. 10여 년간 다양한 주제를 함께 탐구하며 작품 활동에 서로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르누아르가 햇살 가득한 야외의 밝은 분위기나 아침 혹은 피서지의 분위기를 선호했던 반면, 모네는 이슬비 내리는 북유럽의 바다처럼 구름이 끼거나 불투명한 회색빛 하늘을 선호했다고 한다.

전시회에서 서로 모델이 되어 준 그림 또한 인상적이었다. 르누아르의 '아르장퇴유 정원에서 그림 그리는 모네' 와 모네의 '아르장퇴유 화가의 정원'이란 그림이다. 여러 색의 장미꽃과 하얀 벽의 집들 앞에서 그림 그리는 각각의 화가가 신기했다.

김경구 아동문학가
김경구 아동문학가

9월이 되었다. 가을로 가는 첫 시작이다.

우리지역의 자연풍경은 두 화가의 그림 속 풍경처럼 아름답다. 늘 돌고 도는 계절이지만 많이 힘든 요즘이다. 오롯이 가을 풍경을 가슴에 담으면 마음만큼은 편안해지고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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