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 회색빛 도시에 '문화 色' 입히다

청주가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되면서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체감적 도시디자인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관련해 본보는 한국교통대학교 디자인학부 장효민 교수의 친근하고 안전한, 접근성 좋은 지속가능한 도시디자인을 위한 기획특집을 마련해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선진국 중심의 도시디자인 사례와 대안을 매주 월요일 5회에 걸쳐 싣는다. / 편집자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현대는 '글로벌 시대'이며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인 55%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도시의 세기'이다. 세계화는 도시의 세기를 열어 주었으나 세계화가 공간과 장소에 미친 영향은 균일하지 않고 도시의 성장과 함께 도시의 쇠퇴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도시화로 생겨나는 각종 문제 들을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발전을 위해서 특히 '문화'를 핵심 동력으로 강조한다.(Duxbury & Gillette, 2007) 국외여행이 자유로운 지금, 동·서유럽을 비롯해 유서 깊은 선진국을 여행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잘 정돈된 거리와 함께 과거와 현대의 적절한 조화와 연출이었다.

옛 문화를 그대로 지키면서 그 멋을 더 빛나게 하는 현대적인 요소들의 조화, 다양하고도 은근히 드러내는 개성과 심미적인 아름다움은 시각적으로는 물론 심리적으로도 낯선 여행객에게도 친숙함과 안정감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럽의 여러 도시 중 아동·여성 친화 개념의 에이지 프렌드리(연령별 친화, Age friendly design)와 유니버설(Universal design) 공공디자인으로 유명한 여러 곳이 있다.

영국 런던의 템스강변에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잘 적용된 계단이 기능적으로 구성돼 있다.
영국 런던의 템스강변에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잘 적용된 계단이 기능적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영국의 브리스톨(Bristol)은 낙후된 항구도시에서 수변 공간(Water front)을 잘 개발해 문화산업 측면과 공공디자인을 개성 있게 적용해, 세계 여러 곳에서 도시디자인이나 도시재생 관련자들이 찾아와 사례를 연구하는 곳이다. 브리스톨시 당국은 1980년대부터 쇠퇴하는 도시를 재생하는 사업을 전개하면서 브리스톨의 특성을 분석해 다양한 도시디자인 개선사업과 도시마케팅 전략을 수립했다.

이러한 브리스톨의 아이덴티티를 정립하기 위해 도시디자인의 목표를 '이해하기 쉬운 도시'(Legible City)로 정하고 시민중심의 디자인 콘셉트로 진행했으며, 통일된 디자인 요소들(서체, 색채, 아이콘 등)을 표현했다.

그 결과 높은 수준의 브리스톨 도시디자인은 2008년 '유럽 문화도시' 후보로 선정되는 등 도시공간의 디자인 변화를 통해 도시 사용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의 정체성'과 '도시 브랜딩'에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호주 시드니 뮤지엄 앞에는 체스 게임 공간이 있다.
호주 시드니 뮤지엄 앞에는 체스 게임 공간이 있다.

이렇듯, 영국의 브리스톨이나 스페인 빌바오, 호주 브리즈번 등 선진국은 시민들을 위한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도시디자인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보통의 도시계획에서 간과하고 있는 연령대인 어린이나 여성, 노인들을 위한 도시의 설계 및 사용을 핵심 목표로 두고 모든 연령대와 성별의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공통의 영역을 탐색해야 한다.

아울러 모든 연령대에 친화적인 도시란, 사람들을 만나고 주택 및 교통을 더 잘 설계하며 안전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기술하고 있다.(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 트렌드 2017) 또한, 거리 시설물들이 건축물의 일부 요소로 보일 만큼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높고, 시각적으로 편안하며 실용적인 형태로 만들어가고 있다. 마치 건축물과의 조화를 먼저 생각해 개인의 이익을 절제하고 도시 사용자를 먼저 배려하는 조화로움으로 연출하고 있는 모습이다.

호주 브리즈번의 고가 및 기둥을 활용한 그래픽 이미지와 시내의 골목바닥을 독특한 패턴으로 시공해 도시의 이미지를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있다.
호주 브리즈번의 고가 및 기둥을 활용한 그래픽 이미지와 시내의 골목바닥을 독특한 패턴으로 시공해 도시의 이미지를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있다.

우리 사회는 남성, 여성, 아동, 노인 등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과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에이지 프렌드리나 유니버설디자인은 나이와 성별, 국적(언어), 장애의 유무 등에 관계 없이 처음부터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제품, 건축·환경, 서비스 등의 구현을 의미한다.

즉,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21세기의 창조적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인간을 위한다'는 철학을 새롭게 부흥시킨 디자인 개념이다. (경기도, 유니버설 디자인 매뉴얼) 지금까지 도시의 계획과 발전은 주로 남성에 의해 남성의 관점으로 설계되고 형성돼 왔다.

어느 학교 앞 버스정류장의 벤치에는 현대적인 컬러의 그래픽 패턴이 자연스럽게 시공돼 있다.
어느 학교 앞 버스정류장의 벤치에는 현대적인 컬러의 그래픽 패턴이 자연스럽게 시공돼 있다.

이제는 도시계획, 도로, 교통,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의 시각과 아동, 노인계층 등 사회적 약자들의 경험이 반영된다면, 모두가 일상적인 삶에서 체감할 수 있는 평등한 생활환경 조성도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성과 인종, 국가의 구분을 떠나 문화공동체가 지닌 가치를 편견 없이 경험하고 드러내 줄 수 있는 인간적인 디자인이 필요하다. 이러한 에이지 프렌드리와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은 아동·여성 친화 도시가 추구하는 핵심가치인 형평성, 돌봄, 친환경, 소통은 삶의 질을 살피는 지역 정책, 여성이 참여하는 행복한 지역공동체의 비전과 함께 일맥상통한다고 하겠다.

장효민 교수
장효민 국립한국교통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박물관장

우리의 정책과 실행은 선진국과 비교해 항상 일관성과 합리성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미래를 위해 지속 가능하고 살기 좋은 환경에 대한 욕구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보다 적극적으로 에이지 프랜드리와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도시를 만들어가야 한다.

'좋은 디자인이 곧 마케팅이다' 라는 말과 같이 에이지 프렌드리, 유니버설 디자인이 잘된 도시의 이미지는 전 세계인들에게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