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주시의회가 엉뚱한 발상으로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31명에 달하는 시의원 모두에게 개인사무실을 하나씩 설치해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여건이 되고, 필요성이 있다면 추진해 봄직한 일이기는 하다. 설치 효과 또한 분명히 있을 것이다. 조직의 형태를 떠나 일반적으로 개인사무실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편이 여러모로 좋다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이처럼 바람직한 일에 박수대신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정신나간 것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청주시의회는 과연 무엇을 잘못했을까.

시의회가 느닷없이 꺼낸 의원 개인사무실 설치 계획은 청주시청사 건립에서 비롯됐다. 청사 건립에 맞춰 매입한 주변 건물의 일부를 시의회에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의원 31명의 개인사무실을 설치하고 상임위원회 2곳을 이전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의원들의 의견을 묻는다며 개인별 서명도 받고 있다. 또한 14일 예정된 시청사 건립설명회 과정에서 이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과정은 의원 의견청취라는 모양새를 통해 집행부를 압박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의원별로 개인사무실이 있으면 원활한 의정업무 수행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쾌적한 근무환경은 업무 효율성과 함께 품위유지, 주민을 대표하는 시의회의 위상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기까지는 다 좋다, 의원 사무실을 다 챙겨줄 정도로 청주시 살림이 넉넉하다면야 따질 필요가 없다. 그러나 지금 청주시는 코로나19 방역이라는 생각지도 못했던 큰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 언제까지 계속될지 짐작도 어렵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판인데 이 사업 비용이 무려 8억원이라니 놀라울 뿐이다.

사무실 공간도 한시적이다. 청사건립 계획에 따라 재정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몇년 사용도 못할 사무실을 꾸미겠다고 혈세 수억원을 투입하겠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공간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상임위원회별 공동 집무실이 있고, 부대시설도 있다. 집기도 갖춰져 있다. 이 정도면 개인사무실이 왜 필요한지 설명이 뒤따라야 된다. 단지 공간이 있고, 내 돈 안들어가니까 해 보자는 게 아닌지 묻는 것이다. 책임감 있는 답변이 있어야만 상황이 정리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의회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있다고 하는데 문제는 다수를 내세운 강행 가능성이다. 이에대해 시의회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고 의원들의 의견을 묻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원내 1, 2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어느정도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 서명도 이를 바탕으로 진행된 것이다. 이 정도면 '짜고치는 고스톱' 수준이다. 밀어붙이는 그림이 그려진다. 필요성도 불분명하고, 비난 여론도 거세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여의도에서 비슷한 상황을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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