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최근 특허청은 지식재산권 분야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가 발표한 글로벌 혁신지수(Global Innovation Index)에서 우리나라는 10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한 것은 그동안 지속적인 혁신 노력을 통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이 향상된 것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국가들이 중요한 분기점을 맞고 있는 현실에서 과거 시계열에 의해 개선됐다는 결과는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 얼마 전 세계적인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장은 지금 상황에 대해 '끝나지 않을 전염병'이라며 '격동의 시대를 이겨낼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전략을 수립한 사람들이 성공담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혁신과 창의성 시대의 도래를 예견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혁신성장의 미래에 머물던 4차 산업혁명 관련 스마트기술들이 진가를 발휘하는 데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개인 이동정보 기반의 확진자 동선 파악으로 코로나19의 초기 확산을 막았고 조직의 화상회의?재택근무 일상화와 원격의료를 가능케 하는 등 활용도가 배가됐다. 감염을 우려한 소비자들로 인해 '비대면 기술' 선호도가 급상승했다. 공간 가치가 바뀌었고 새로운 기술과 산업의 영역이 폭발적으로 넓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인 언택트 트렌드는 초연결성을 제공하는 ICT 기술이 근간이다. 이를 토대로 디지털화, 데이터화, 플랫폼화가 세계 경제?사회 변화를 견인하고 있다.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AI, IoT,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의 기술을 통해 많은 사용자 참여가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그 중심에 데이터(Data)가 있다.

데이터의 검색 용이성, 분석 정확성 및 신뢰성 제고로 이에 기초한 의사결정이 일반화되고 있다. 네트워크를 매개로 서로 다른 영역의 데이터와 플랫폼 간 연결?융합이 강화되는 추세다. 이러한 선순환구조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소비자 편익을 극대화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이제 데이터는 단순한 기록물이 아니다. 이를 모으고 가공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치사슬의 핵심이다.

최근 광역지자체에서도 이와 연계된 움직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는 보유한 방대한 양의 공공데이터를 한곳에 저장해서 교통, 환경, 안전, 도시문제 해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는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데이터 거버넌스 'S-Data사업(Smart Seoul Data)'의 근간이 될 전망이다.

부산시는 과학적 정책지원을 펼치는 데이터 기반 행정 확립을 위해 '빅데이터 시스템 고도화 및 분석사업' 용역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천시는 '2020년 데이터기반행정 시행계획'을 확정했다. 데이터에 기초해 일하는 방식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고 문제해결 중심의 데이터 분석?활용을 활성화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인천광역시 데이터기반행정 기본계획(2019~2022)'과 관련한 조례에 근거한다.

데이터는 우리 주변의 모든 일상을 변화시켰다. 전 세계 '부의 지형'도 바꾸고 있다. 부상하는 기업들은 강력한 플랫폼을 매개로 전 세계 소비자와 접점을 맺고 AI 기술을 탁월하게 사용하는 데이터 기업이다. 아마존, 구글 그리고 네이버, 카카오 등이 이에 속한다.

노근호 청주대학교 산학취창업본부장
노근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장

지역의 발전경로도 같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할 것은 혁신 주체의 역량과 인프라 차이로 인해 지역 간 디지털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양호한 글로벌 혁신역량을 토대로 지역의 성장전략을 재점검해야 할 때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지역 혁신성장을 위한 충북형 '빅데이터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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