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질환 투병중 흴체어를 타고 녹음하는 박성연
신장질환 투병중 흴체어를 타고 녹음하는 박성연

지금 타고 있는 승합차가 밝은색 가죽시트이다보니 처음엔 마음에 들었는데 사람이 많이 타고 내리는 운전석과 조수석 가죽시트에 차츰 옷감물이 배었다.

밝은색에 얼룩 덜룩 보기에 좋지 않다보니 차에 대한 애정도 예전같지 않았는데, 얼마전 나이 차이가 좀 많이 나는 후배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차 시트 이야기를 하게 됐다.

자주 이용하는 크리닝 전문점이 있는데 거기에 맡겨 보자고 해서 차키를 주었는데 한나절만에 세차까지 마치고 말끔하게 변해 도착한 차는 처음 차를 받았을때처럼 반짝이고 있었고, 늘 눈에 거슬리던 가죽시트의 얼룩도 대부분 제거되어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함께 차를 둘러보는데, 후배가 이런 이야기를 하며 웃는다.

"차를 타보니 승차감도 좋고 여러 편의 사양도 꼭 마음에 들더라구요. 저도 나중에 꼭 이런 차를 갖고 싶어요."

나는 깜짝 놀랐다.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인 '꼭 갖고 싶은 것'을 이미 소유하고 있었으면서도 만족할 줄 모르고, 여태 감사함도 없이 살아왔다는 것을 후배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깨닫는다.

2016년 8월 발매된 앨범 커버
2016년 8월 발매된 앨범 커버

상당히 큰 사이즈의 차인데다가 주행시 정숙하고, 여러 가지 편의사양도 탑재돼 있는 차를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나는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의 얼룩만 보고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행복하고 싶은 사람은 우선 행복하기로 결정해야 한다. 일상에서 작은 깨달음을 얻은 나는 오늘 행복하기로 결정했다.

그러고 보니 창밖으로 보이는 나뭇잎이 햇살과 바람에 반짝이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게 보인다. 더군다나 지금 흐르고 있는 노래가 '바람이 부네요' 라는 곡이다.

바람이 부네요/춥진 않은가요/밤 깊어 문득 그대 얼굴이 떠올라/가슴 뛴 그대 미소/떨리던 그 목소리/많은 상처에 얼어붙은 내 마음 감쌌던/산다는 건 신비한 축복/분명한 이유가 있어/세상에 필요없는 사람은 없어 모두 마음을 열어요/그리고 마주봐요/처음 태어난 이 별에서 사는 우리/손잡아요

우리나라 재즈1세대 보컬이신 박성연님이 세상을 떠나기 4년전인 73세 되던해, 투병중 휠체어를 타고 와서 녹음한 이 노래는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다운 가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생의 고해(苦海)를 모두 건너온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연륜으로 듣는이에게 감동을 준다.

이런 한가한 오후에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한량처럼 시간을 보내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 분명하다. 아직도 창밖으로는 바람이 분다. 나뭇잎이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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