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진순 수필가

집에 무화과나무 4그루가 있다. 마당을 쓸다 따먹기도 하는데 요즈음이 제철이다. 올해는 손자들에게 나눠 주고도 감당할 수 없이 많이 열렸다.

효능을 살펴보면 만병통치에 가까울 만큼 작지만 귀한 열매다. 항암작용과 소염은 물론 소화를 잘되게 해주며 당뇨환자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으며 변비를 해결해준다. 꽃이 피지 않고 열매를 맺는다 하여 무화과란 이름이 붙여졌다. 사실은 무화과 열매 속의 암수의 꽃이 핀단다. 무화과 씨가 톡톡 튀며 달달한 맛은 군침을 돌게 한다.

많이 열린 무화과로 무엇을 하면 좋을까 인터넷을 찾아봤다. 무화과 요리는 많으나 그중 고추장을 담는다는 정보를 얻었다. 먼저 무화과를 깨끗이 씻어서 커다란 냄비에 넣고 끓였다. 거기다 메주가루와 고춧가루를 넣고 효소를 넣어 농도를 조절하며 저어주었다. 그리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었더니 맛깔스런 간편 무화과 고추장이 되었다. 유기농으로 기른 무화과 천연고추장이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을 것 같다.

고추장을 담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중의 보리쌀 고추장을 난 으뜸으로 친다. 엿기름을 걸러 끓이고 보리쌀을 쪄서 띄우고, 메주가루와 고춧가루를 넣어 버무려야 하는데 이 작업은 가을 선선할 때 다용도 고추장으로 담그면 좋다.

안 쓰는 방을 발효실로 사용하는데 방 앞을 지날 때면 은은한 효소 익는 향이 난다. 봄에 담가 놓은 살구와 보리수, 매실, 어성초, 곰보배추 무화과 효소가 발효되는 향기다. 집 주변 나무에 열리는 열매와 허브를 설탕에 재워 놓으면 효소가 된다.

요즈음은 이 효소로 브릿지를 측정하고 온도를 맞추어 와인 만드는 법을 보은의 온제 향기주로부터 배웠다. 감식초를 빚고 와인을 만들기 위하여 연구를 한다.

효모를 만들기 위하여 쌀뜨물로 밥물을 붓고 고두밥을 쪄서 넓은 그릇에 펴 식힌다. 누룩을 넣어 치대서 따듯한 곳에 잘 덮어 두면 미생물이 뽀글거리며 생성된다. 이것이 와인과 술을 빗는 효모가 되는 것이다. 이 효모를 넣은 빵 반죽으로 빵과 와인 식초를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다.

아이들이 보고는 '엄마는 사서 신세를 볶는다'며 편하게 지내라고 충고한다. 과정이 번거로워 영 관심이 없단다. 무엇이든 호기심이 많은 난 그러거나 말거나 만족함이 채워질 때 까지 연습중이다.

담가 놓은 무화과 고추장을 또 찍어 맛을 본다. 그리고 아들딸들에게 한 병씩 나누워 줄 참이다. 하루는 이렇게 흘러간다. 코로나로 방콕하고 있을 때 이보다 더 좋은 취미 생활은 없다.

태풍으로 사과와 배 과수농가에 피해가 많아 울상들을 짓고 있다. 낙과를 사다 효소를 담고 싶다. 농민을 돕는 마음을 과일과 설탕에 버무려서….

이진순 수필가
이진순 수필가

방에는 트롯 가요가 흐르고 밖에는 주룩주룩 비가 내린다. 초원이 되어 버린 창밖에 비 맞고 서있는 봉숭아꽃이 처랑 하다. 코로나 19는 언제나 사라질 것이며 이름도 다양한 태풍은 줄을 잇는다. 긴장과 긴장의 연속인 세상인심은 삭막하기만 하다.

하늘이시여 찬란한 태양빛이 간절하게 그리워집니다. 오랜 시간 입 막고 거리 두며 근신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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