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은어(銀魚)
충북의 은어(銀魚)
  • 중부매일
  • 승인 2020.09.1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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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박현수 (사)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파란 하늘이 가득한 가을입니다. 우리 모두 함께 이겨내는 시간이 이어지고 있는 시기에 맑은 가을은 마음에 힘으로 다가옵니다. 가을 하면 떠오르는 것은 추석이나 밤, 감, 벼 다양하게 있겠지만 물고기를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먼저 가을 추(秋) 자와 같은 미꾸라지(鰍)가 떠올리지만 지금 한참 산란기를 맞이한 은어가 가을을 대표합니다.

대부분 시민들은 방송으로 은어를 많이 접해 대중적인 물고기가 되었습니다. 은어는 바다빙어과에 속하는 어류로 극동지역인 대만, 중국, 일본, 우리나라에만 한정적으로 서식하는 물고기입니다. 은어의 소개는 1820년대 서유구 선생의 난호어목지와 전어지에 기록된 내용으로 충분합니다. "은구어는 비늘이 잘고 등이 검으며 배는 회백색이다. 주둥이의 턱뼈가 은처럼 하얗기 때문에 은구어라고 한다. 등뼈 사이에 지방분이 엉겨 붙어 있어서 맛이 담백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살아 있을 때는 오이와 같은 향기가 나므로 별미이다. 소금에 절이면 먼 곳에도 보낼 수 있고 구워서 먹어도 맛이 좋다. 큰 것은 한 자(30㎝), 작은 것은 5, 6치(15~18㎝)에 달한다." 지금 어류 도감과 내용이 같습니다. 자세한 기록을 보아 은어는 예전에도 사랑과 관심을 받던 물고기였습니다.

은어는 생활사는 가을에 하천에서 갓 부화한 은어는 바로 바다로 내려가 연안에서 겨울을 납니다. 그리고 수온이 오라는 3~4월이 되면 다시 하천으로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4월부터 9월까지 하천에서 몸을 키우고 나서 9월 말에서 10월 하천의 하류로 내려가 모래나 자갈에 산란을 합니다. 그리고 산란과 방정을 마치면 모두 죽습니다. 다시 알이 깨어나면 연안으로 내려가 삶이 이어집니다. 그래서 대부분 은어의 서식지는 연안과 연결된 강릉, 울진, 영덕, 부산, 거제, 남해, 구례, 강진, 고창 등 해안가 하천에 서식합니다. 내륙인 충북에는 은어를 보기 어렵습니다.

세종실록지리지 등 옛 기록에 나온 은어의 대표적인 분포지에는 진천, 청안이 있습니다. 현재는 댐과 보로 은어를 만날 수는 없지만 금강 상류인 미호천까지 은어가 올라왔다는 중요한 자료이기도 합니다. 그럼 지금 충북에서 은어를 만날 수 없을까요?

9월 초 월악산 송계계곡에서 은어를 만나고 왔습니다. 충주호와 연결된 깨끗한 하천에도 은어를 만날 수 있고, 대청댐, 괴산호에도 은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육봉형 은어입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1987년 충청북도 내수면연구소에서 250만 개 은어알을 충주호에 이식했습니다. 1990년대에는 대청호와 괴산호에도 은어알을 이식해 호수에 은어가 서식하게 되었습니다. 육지에 적응한 육봉형 은어를 연구한 결과 연안에 서식하는 은어와 크게 다른 점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생활사도 비슷한데 알에서 깬 후 연안이 아닌 호수 밑에서 겨울을 나고 하천을 올라 서식하는 것으로 몸 크기와 산란시기 또한 비슷했습니다.

은어는 머리에 흰색 반점이 있어서 쉽게 구분되며 9월 중순부터 은어는 혼인색을 띠기 시작하는데 붉은빛이 돌며 머리에는 산란을 위한 추성돌기가 생깁니다. 은어의 몸 크기에 따라 알의 숫자는 다르지만 대략 1만 5천 개에서 9만 개의 알을 낳습니다. 가을에 은어의 산란시기에 은어를 잡는 것은 금어기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육봉형이든 연안이든 은어의 서식은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환경이 바뀌면 살아가기 점점 힘들어집니다. 은어의 서식을 가장 위협하는 것은 바로 '보'입니다. 옥정호에 서식하는 은어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하천을 올라오던 은어가 보를 만나 보를 통과한 은어는 빠른 성장을 보였고 보를 통과하지 못한 은어는 크기가 작고 산란하는 알의 숫자도 작습니다. 보를 넘지 못해 세력권이 강한 은어들끼리 경쟁하면서 먹이를 먹지 못해 기아 시 어류가 나타나는 현상과 비슷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박현수 숲 해설가
박현수 (사)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많은 하천에 보들이 만들어졌고 추가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물길이 막히면서 생명의 단절이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되어 물고기들의 다양성은 점점 줄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연적인 모래하천이 동맥경화라고 주장했던 전문가가 떠오릅니다. 모래를 걷어내고 보를 만들어야 강이 살아난다는 주장까지도 기억합니다. 실제 하천의 동맥경화는 바로 '보'라는 것을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금강을 따라 은빛의 은어가 활기차게 올라오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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