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학교 교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말하는 넉넉한 마음을 담은 명절이 추석이다. 가을걷이가 풍성하여 배고픔을 잊을 수 있는 계절이고 밝은 달빛마저 너그러움을 더하는 때이니 그야말로 가절이 아니겠는가. 이런 좋은 명절을 앞두곤 고향을 그리워하고 흩어졌던 가족과 친지를 만나는 설렘으로 한참을 보내다가 우리는 추석 명절이면 그야말로 민족 대이동의 어려움을 감수하며 고향으로 향해왔다.

그런데 2020년 한가위는 그러질 못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의 확산이 누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에 그렇다. 전 세계가 COVID-19로 난리를 겪고 있다. 전 세계 누적 확진자 수가 3000만 명을 넘는 것은 이제 코앞이고 사망자도 100만 명을 육박하고 있으니 감염병으로 인한 전 세계적 혼란이 중세도 아닌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은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있다. 미국과 브라질, 인도의 확진자 수는 수만 명씩 증가하고 있고 아프리카와 남미에서도 하루에 수천 명의 확진자가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니 통계로 잡히지 않는 감염자는 또 얼마이겠는가. 그야말로 온 세상이 코로나 공포에 휩싸여 있는 꼴이다. 국경을 폐쇄하기도 하고 입국을 엄격히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해결책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미 널리 퍼져 있기에 그렇다.

국내 상황도 수도권에서 폭증하더니 좀처럼 한자리수로 줄지는 않고 있다. 5백 명에 육박했던 확진자 수가 100명대로 감소했지만 2주를 이어 100명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방역 선진국을 자처하며 열심히 방역에 온 국민이 힘썼으나 확진자 수가 2만 명을 넘어선지 꽤 되었고 검사 중인 사람 수가 2만 명을 넘기고 있으니 앞으로도 당분간은 확진자가 다수 발생할 것이 뻔하다.

국내 확진자의 연령별 분포를 살펴보면 이번 한가위가 더 두렵게 느껴진다. 80대 이상이 감염 되는 경우의 치명률이 21%에 이르고 전체 사망자의 51%에 이르니 고향의 늙으신 부모님과 친지를 방문하는 것이 그분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일이 될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60세 이하의 치명률은 0.5%를 넘지 않는다. 70세 이하도 2%에 훨씬 못미친다. 그런데 감염 속도나 경로는 마스크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질병관리청을 비롯한 정부 당국은 추석명절의 민족 대이동을 매우 우려하고 있고 이동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내 경우에 학생들에게 이번 추석의 이동 여부를 물으니 70%의 학생들이 추석명절을 지내기 위해 이동할 거라고 했다. 노인 감염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자제를 요청하긴 했지만 걱정이다.

추석명절을 지내기 위한 민족대이동을 강제로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정부는 지금보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해야 한다. 단순히 이동의 자제를 요청하는 것만으로는 명절 이후의 확산 가능성을 차단할 수 없을 것 같다.

질병관리본부가 12일부터 질병관리청으로 개편되었다. 과거의 질병관리본부가 제 역할을 다하기가 어려웠던 이유로 지적되는 것이 '권한의 부족'이었다. 이제는 독립된 중앙행정기관으로 독자적인 운영을 하게 되었다. 인력도 크게 늘어나고 인사와 예산을 독자적으로 운영하게 되었다. 초대 질병관리청장인 정은경 청장은 '질병관리청의 첫 번째 미션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전력을 다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추석명절을 코로나19의 대규모 확산없이 대한민국을 지켜내야 한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우리 모두는 서로를 지키려는 마음가짐으로 이번 추석명절을 보내야 한다. 추석 전에 부모님과 그리고 친지 간에 소식을 나누고 이번 추석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서로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것으로 이번 한가위를 보내야 할 것 같다. 늙으신 부모님의 목숨을 담보로 고향을 찾을 수는 없지 않은가. 안타깝지만 그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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