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전체 소유자 과반 찬성 주장… 졸속개정·자의적 해석에 혼란 가중

청주시청사 전경.
청주시청사 전경.

[중부매일 박재원 기자] "사회주의도 아니고 전체 의견조사 대상자 중 과반의 결정이 나와야 찬반을 가린다니, 청주시의 도시재생 행정에 어이가 없을 정도 입니다."

청주시가 자신들이 졸속 개정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주민 혼란과 분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16일 서원구 사모1구역 재개발 예정지 내 토지 등 소유자들은 구역 해제 요청서를 시에 제출하면서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이들은 "도시재생과 담당자가 '조례 개정으로 주민의견조사 결과 토지 등 전체 소유자의 과반이 구역 해제를 찬성해야 직권해제 할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앞서 시는 지난 7월 17일부터 자신들이 개정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이 중 정비구역 직권해제의 판단 기준인 '주민의견조사 결과'가 논란거리다.

시는 자신들이 신설한 10조 3항의 '의견조사 결과 토지 등 소유자의 과반수가 정비사업에 반대한 경우'에만 직권해제 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토지 등 전체 소유자가 100명이라면 의견조사 결과 51명이 구역해제를 찬성 또는 반대해야만 효력이 있다는 뜻이다.

조사에 몇 명이 참여하든 무조건 과반인 51명이 같은 표를 던져야 조사결과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만약 조사 참여율이 51%가 나왔다면 해제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찬성표가 100% 나와야 한다.

이 같은 시의 조례 해석에 사모1구역 토지 소유자들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율 100%를 원하는 것이냐"며 "시민들 재산권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침해하는 졸속 행정"이라고 말했다.

지역 법조계에서는 청주시가 조례를 잘못 확대 해석한다고 판단한다.

한 변호사는 "조례에 '토지 등 전체 소유자'라고 명시돼 있지 않고, 통상 의견조사 결과를 전제한다면 이는 조사 참여자의 '결과치'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조례 개정 전에는 '전체 토지 등 소유자의 의견조사 참여율이 50% 이상이고, 참여자의 과반이 정비사업 추진을 반대할 경우 직권해제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는 시가 2017년 12월 15일 '청주시 정비구역 등의 해제기준'을 시보에 게재한 내용이다.

그동안 2017년 12월 29일, 2018년 12월 21일 시행 조례에도 '(조사결과처리)구체적인 사항은 시장이 별도의 기준을 정하여 고시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어 이 같은 '의견조사 참여자 과반' 해지 기준을 따랐다.

지난해 9월 인가가 취소된 '운천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 또한 이 의견조사처리 기준을 가지고 '과반 참여에 과반 찬성'을 적용한 사례다.

그러나 시는 조례 개정 과정에서 이 고시 기준을 따른다는 조항을 삭제한 뒤 구체적인 의견조사 처리기준도 없이 전체 소유자의 과반만 인정하고 있다.

사업이 지지부진한 정비구역 내 토지 소유자들 사이에선 "의견조사에 들어가면 해제 찬성 측과 반대 측에서 조사 참여율을 놓고 각종 분쟁과 다툼이 일어날 게 뻔하다"며 "집회는 물론 소송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개선하겠다"고 했다.

해당 부서 관계자는 "주민 재산 보호를 위해 해제 신청 요건은 완화했고, 지정해제 요건은 강화했다"며 다소 앞뒤가 맞질 않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