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해 8월 문을 연 청주문화제조창C의 명칭을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청주시가 시민의 뜻에 따라 이름을 다시 결정하겠다고 한다. 청주시 내덕동 옛 연초제조창이 문화공간으로 대변신을 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아직까지 이름조차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이다. 이 일대의 여러 문화공간을 한데 묶은 문화제초창C와 이 곳의 본관동을 칭하는 문화제초창이 함께 쓰이면서 혼선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사실상 한 공간이나 다름없는 곳을 처음부터 비슷한 이름으로 부르다 보니 혼란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었다.

한때 국내 최대 연초생산기지였던 이곳은 지난 2002년 전국 최초의 문화산단으로 지정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문화관련 사업체가 모인 첨단문화산업단지, 생활문화예술플랫폼인 동부창고, 국내첫 수장형 박물관인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등이 이곳을 꾸미고 있다. 이 가운데 1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본관동은 판매·체험시설을 포함한 공예클러스터, 오픈스튜디오, 공연장 등을 갖춘 문화생활의 둥지다. 성공적인 도시재생으로 청주를 공예문화의 메카로 만들고 지역 문화의 수준을 높이는 공간적 기반인 셈이다.

이처럼 의미있는 시설들이 아직 역할을 못하는 데는 명칭의 혼선이 한몫한다. 명칭 즉 이름은 이미지를 구체화하면서 표현 대상을 대표하거나 축약한다. 결국 대상을 가장 간결하게, 핵심을 담은 것이다. 문화제조창도 마찬가지다. 단지 전체가 문화제조창이면 그 안의 시설은 각각의 역할을 드러낸 이름을 가져야 한다. 반대로 본관동이 그 명칭을 쓴다면 단지 이름은 이곳의 꿈과 미래를 보여줘야 한다. 이 둘이 뒤섞인다면 서로의 역할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이제라도 이를 고치는 것은 당연하다.

잘못은 깨닫는 즉시 고쳐야 한다. 그게 가장 빠른 길이다. 문화제조창은 이것으로 부족하다. 이번 개정을 통해 이름을 둘러싼 혼선과 혼란을 마무리해야 한다. 앞서 두번의 명칭공모를 거치는 등 과정도 혼란스럽기에 그렇다. 지난 2014년 첫번째 공모로 정한 이름은 써보지도 못하고 사라졌다. 시장이 바뀌면서 일어난 일이다. 그나마 그때는 개관 전이라 조용했지만 지난해 공모는 과정도 결과도 불투명 그 자체였다. 선정작이 없는데 느닷없이 장려상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결정됐다. 그 결과가 지금의 혼선이다.

지난 1년간 불려지고 귀에 익은 이름 '문화제조창'을 살리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살리고 다른 것은 또 어떻게 결정할지, 얼마나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진행되느냐에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더 이상이 혼란과 혼선이 없도록 깔끔하게 끝나야 한다는 점이다. 개관에 앞서 벤치마킹이 이어지고, 문화도시 청주의 상징이 된 이곳의 가치를 최대한 높이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바닥 다지기의 첫걸음이 이름짓기다. 더이상 뒷말이 없는 이름으로 문화도시 청주를 빛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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