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영훈 괴산군 환경과장

지구촌이 코로나19와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요즘 개발 일변도의 산업화 과정을 돌아보고 자연과 지속 가능한 공생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발맞춰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한국판 그린뉴딜을 발표 하고 환경과 사람을 중심에 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외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30여 년 전 시작돼 환경오염의 피해가 막대하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도 두 번이나 반려됐던 상주시의 '문장대온천 관광지 사업'이 재추진 된다는 소식은 참으로 뜬금없다.

주민들의 일치단결로 문장대온천 관광지 조성사업을 막아낸 것은 역사의 한 획을 긋는 환경보호의 모범사례라고 생각했던 충북도민들에게, 상주시의 환경영향평가 본안 제출은 법질서를 기만하고 충북도민을 우롱한 처사라는 점에서 분노를 사고 있다.

문장대온천 개발은 이미 법원에서 개발이익보다 환경이익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로 취소된 사업으로, 30여 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는 더더욱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지 못한다. 심지어 법적 타당성이 결여된 문장대온천 관광지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는 대구지방환경청에서 적법성, 신뢰성, 부합성 등을 꼼꼼하게 검토해 반려하는 것이 마땅하다.

괴산군에는 또 하나의 현안이 있으니 바로 괴산읍 신기리에 진행 중인 의료폐기물 소각장 건설과 관련한 문제다.

의료폐기물 소각장 건설 예정 부지의 지근거리에는 거주 지역이 밀집해 있고, 대한민국 육군 장교의 93%를 양성하는 육군학생군사학교가 불과 700여m 밖에 있다.

4천여 명의 학생이 학문을 탐구하는 중원대학교도 바로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만약 의료폐기물 소각장이 건설돼 하루에 86톤의 의료폐기물을 소각한다면 괴산군이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온 친환경 유기농업의 꿈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된다.

괴산이 어떠한 곳인가.

유기농업군을 선포하고 2015 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를 성공리에 개최한 명실상부한 친환경 유기농업군이며, 현재는 아시아지방정부유기농협의회(ALGOA·알고아) 의장국이다. 지난 8월에는 이차영 괴산군수가 세계유기농연합회(GAOD)의 공동의장으로 추대되는 등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유기농의 본산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곳이 바로 괴산이다.

백두대간의 단전인 희양산을 비롯해 등산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35명산과 화양동, 선유동, 쌍곡, 갈은, 연화구곡 등 구곡의 고장으로 도시민에게는 힐링과 치유의 쉼터이기도 하다. 또한 괴산에는 친환경 먹거리의 선구자 한살림, 아이쿱생협, 흙살림, 풀무원, 흙사랑이 둥지를 틀고 있으며, 오가닉테마파크, 서울농장, 꿀벌랜드, 소금랜드가 위치해 있다. 청정 괴산의 청결고추, 대학찰옥수수, 시골절임배추 등 도시민의 입맛을 사로잡은 각종 농축산물은 군의 주된 소득원이자 주민들의 생계가 걸린 밥줄이다.

이처럼 청정 환경을 바탕으로 일군 농축산업과 관광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괴산군의 한복판에 나만 살겠다고 의료폐기물 소각장을 설치하겠다는 발상은 그야말로 후안무치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상주시의 시대착오적 발상에 따른 온천개발이 추진된다면 충북도민이 받을 고통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며, 의료폐기물 소각장 조성 역시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정영훈 괴산군 환경과장
정영훈 괴산군 환경과장

청정 환경을 보존해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세대의 책무로 괴산군민은 물론 충북도민, 더 나아가 한강수계의 수도권 주민들 모두가 결사항전의 각오로 환경오염 시설을 기필코 막아내야만 한다.

우리 모두는, 유기농성지 괴산에 환경오염시설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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