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이창근 충남문화재단 이사·충북도 무형문화재 전문위원

 2016년 제2회 궁중문화축전에서 상연된 궁궐 미디어파사드 /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코로나 시대에 우리 문화의 근간인 문화유산의 보존관리와 활용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신기술을 활용한 문화재 보존관리와 방재를 위해 5G, ICT, 드론 등 디지털기술이 적용된다. 문화재 활용 현장에서는 영상을 통해 우울감을 치유하는 '문화유산 ASMR'을 비롯하여 5G로 궁궐을 체험할 수 있는 창덕궁 AR(증강현실), 덕수궁 VR(가상현실)이 개발되어 비대면 시대에 누구나 쉽게 온라인, 스마트폰으로 문화유산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해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문화유산의 가치는 무엇일까? 우리 정체성의 뿌리이고 다양성의 원천이며 지속가능한 인류 공동의 자산인 문화유산에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넘어 비대면 사회는 새로운 가치를 요구한다.

작금의 상황에서 문화유산의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문화유산을 첨단 과학기술이라는 새로운 그릇에 담아 인문지식과 디지털이 융합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나아가 한국문화를 세계로 확산하는 신한류와의 융합도 중요한 과제다.

새로운 가치는 문화유산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여 문화재형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선도적 역할을 하며 한국문화의 새로운 물결로 국가브랜드를 높인다. 언택트 환경에 문화유산 활용의 대안은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과학기술과의 접목이다.

2021년부터 전국의 세계유산에서 문화유산을 활용한 미디어파사드를 만나게 된다. 문화재청이 지난 8월부터 지자체를 대상으로 '2021년 세계유산 활용 콘텐츠 구축' 사업을 공모하여 9월 심사를 마치고 5개 지자체를 선정했다. 디지털기술로 새롭게 만나게 될 세계유산은 수원화성, 백제역사유적지구(공주 공산성, 부여 부소산성, 익산 미륵사지), 산사-한국의 산지승원(법주사)이다.

5개의 세계유산에서 펼쳐질 미디어파사드의 핵심적 기법은 문화재를 스크린으로 활용하여 영상을 투사하는 프로젝션맵핑이다. 세계유산의 보편적 가치(OUV)를 담아 코로나19의 위험환경인 3밀(밀접·밀집·밀폐)을 방지할 수 있는 문화재 향유 체험이다. 개방된 문화재 현장에서 문화유산을 안전하게 체험할 수 있는 야외 관람형 프로그램으로 온라인으로도 서비스하여 문화재를 향유하도록 하는 문화유산형 공공예술이다. 더불어 문화유산관광으로 체류형 야간관광상품으로 이어져 지역경제를 창출한다.

2016년 덕수궁 석조전을 스크린을 진행된 궁궐 미디어파사드 /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내년부터 선보이게 되는 문화유산 활용 미디어파사드는 이미 궁궐에서 문화재활용사업의 하나로 진행된 바 있다. 궁궐 미디어파사드는 2013년 광화문을 스크린으로 시작돼, 2016년까지 경복궁(흥례문)과 덕수궁(석조전)에서 고궁의 밤을 수놓았다. 문화재를 새롭게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여 문화재 가치의 인식을 확장하고 문화유산 활용 방법론의 전환을 이룬 콘텐츠가 됐다.

당시의 궁궐 미디어파사드는 전국에 문화유산 활용 미디어파사드를 확산하는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현재 많은 지자체에서 문화재를 스크린으로 활용하여 해당 문화재에 얽힌 스토리와 지역문화의 특색을 담은 미디어파사드를 연다. 지역문화재 활용사업의 '문화재 야행'에서 야경(밤에 비춰 보는 문화재)이며, 야화(밤에 보는 그림)인 동시에 야설(밤에 보는 그림)이다.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마음의 치유가 중요하다. 이른바 마음방역이다. 예술작품과 문화콘텐츠는 마음백신이다. 미디어파사드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인 동시에 문화와 사람을 잇는 소통 채널이다. 빛으로 만든 영상예술 미디어파사드는 희망의 빛을 그리는 디지털캔버스가 된다.

문화유산 활용 미디어파사드는 문화재를 문화재 자체로의 이미지만 갖고 있던 관람객에게 그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느끼도록 하는 실감형 문화재 체험이다. 헤리티지 익스피리언스(Heritage Experience)다.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장·충남문화재단 이사
이창근 충남문화재단 이사
충북도 무형문화재 전문위원

문화재에 숨 불어넣고 색 입히는 것은 우리에게 문화유산의 신비로운 경험과 새로운 감동을 전해준다. 비대면 시대의 문화유산 향유 서비스는 실감형 경험 제공이다. 선정된 5개의 세계유산에서 단순 미디어아트쇼가 아닌 해당 문화재의 고유한 가치, 특성이 반영된 세계유산 미디어파사드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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