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대병원 최종권 교수
건양대병원 최종권 교수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져 아직도 꿈만 같아요"

1년 전 자국에서 폐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위해 한국을 찾은 러시아 국적 자이로바(48)씨의 말이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자이로바씨는 건양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최종권 교수에게 1개월 면역항암치료와 표적치료를 받고 전이된 암까지 완전히 소멸시켰다.

희망을 걸고 의료선진국으로 알려진 한국을 찾았던 자이로바씨는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 암이 급속도로 진행돼 폐뿐 아니라 뇌까지 전이됐고 길어야 1개월 정도밖에 살 수 없다는 절망적인 말을 들었다.

그러던 중 인터넷 검색으로 건양대병원에 러시아 환자를 담당하는 직원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가능한 빨리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했다.

면역항암치료 및 표적치료 후 뇌로 전이된 암세포들이 모두 소멸된 모습면. / 건양대병원 제공
면역항암치료 및 표적치료 후 뇌로 전이된 암세포들이 모두 소멸된 모습면. / 건양대병원 제공

자이로바 씨는 러시아 코디네이터인 이리나 씨를 통해 대전으로 내려왔고, 건양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최종권 교수를 만났다.

최 교수는 환자의 여러 가지 검사 영상을 확인한 결과 10여 개가 넘는 암 덩어리들이 뇌 속 군데군데를 차지하고 있어, 서울에서 치료를 포기했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환자에게 삶의 희망을 놓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할 것을 권유했다. 말기 암 환자라도 치료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흔치는 않지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경우를 임상경험을 통해 확인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우선 환자의 면역체계를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면역항암요법'과 암세포만을 정밀 타격하는 '표적항암치료'를 병행하는 치료를 시행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암 세포가 치료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뇌와 폐에 있던 종양들이 약 10개월에 걸쳐 모두 사라졌다.

1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기 암 환자에게 거의 완치 수준의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자이로바씨는 치료를 마친 후 최근 러시아로 돌아갔지만, 최 교수는 자이로바씨를 담당하는 러시아 현지 의사와 소통하며 지속적으로 환자관리를 해주고 있다.

자이로바씨는 "절망적인 시한부 삶에서 벗어나 정기적인 검사를 받으며 건강을 챙기고 있다"며 "대전 의료진들의 뛰어난 의술과 친절함을 주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건양대병원 최종권 교수는 "말기 암 환자에게 완치를 기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의료진은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보고 환자 역시 삶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