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리면 평촌리 일대 인삼밭이 용담댐 방류로 물에 잠기면서 초토화됐다. / 금산군 제공

유례없이 길었던 올해 장마가 극성을 부리던 지난달 8일 금강 상류에 위치한 용담댐의 갑작스러운 방류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용담댐은 예고도 없이 평소 방류량의 3배에 이르는 물을 내보내 댐 아래에 있는 4개군 11개 면이 침수피해를 입었다. 주택침수 191채에 농경지 680㏊가 물에 잠겼는데 피해지역이 충북 옥천·영동, 충남 금산, 전남 무주 등 3개 도에 걸칠 정도로 광범위했다. 무엇보다도 전국적인 집중호우에도 직접적인 피해가 없던 이들 지역에 예상치 못한 물 폭탄이 터져 피해가 커졌다.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수재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에 댐을 관리하던 수자원공사는 '댐 안전을 위해 부득이하게 방류량을 늘릴 수 밖에 없었다'는 무책임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같은 답변은 용담댐 방류로 인한 피해가 인재(人災)임을 확인시켜주는 한편 그 책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미 전국적으로 큰 피해가 잇따르는 등 심상치않은 장마의 기세가 거듭되고 있는데도 사전 댐 수위 조절에 실패한 것이다. 게다가 하천계획홍수량도 고려하지 않은 방류는 미필적 고의나 다름없다.

이런 문제들이 지적되자 정부에서도 조사위원회를 구성, 당시 댐 관리에 대한 진상파악에 나섰다. 피해보상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마당에 하루빨리 정확한 진상을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고 보상도 속도를 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수재민들은 분노를 참고, 하소연을 미뤄가며 조사위 활동을 주목하고 있다. 그 만큼 조사위의 책임은 막중하며 공정하고 분명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이런 기대와는 달리 출범도 하기전부터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조사위원회를 이끌 위원 선임을 둘러싼 해당 부처 환경부와 피해자인 4개 군간의 마찰이 그것이다. 충북 영동과 충남 금산의 추천 위원을 환경부가 배제했는데 그 이유가 더 문제다. 관련 경험이 있는 전직 공직자들을 유관기관 출신은 안된다며 의도적으로 제외시킨 것이다. 피해자 입장에서의 조사활동 기회를 최소화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겠다고 대놓고 강요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피해지역 추천위원이 전체 인원의 20%도 안되는 4명에 불과해 불만이 쌓인 판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이같은 구성과 의중이라면 이번 조사는 하나마나한 결과가 나올 게 뻔하다.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분명하다면 조사를 시작하지 않는 게 옳다. 4개군이 이를 강도높게 지적하고 불참카드를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압박의 수위를 늦춰서는 안된다. 제대로 된 조사가 안되고 들러리나 서게 된다면 수재민들을 무슨 낯으로 보겠는가. 조사가 늦어질 경우에 대비해 소송 준비도 함께 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환경부 주관이라 께름칙했는데 공정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조사는 무의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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