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못 가는 마음, 동료들과 함께 달래야죠"

[중부매일 이완종 기자]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명절에는 모두가 일터를 떠나 오랜만에 만난 가족·친척들과 그 동안의 안부를 묻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같이 나눠먹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이런 일반적인 추석 명절에도 일터를 떠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특히 올해는 연초부터 코로나19의 전국적인 대유행으로 지역경제의 기반인 소상공인들은 무너지고 일부 중소기업들은 셧다운 상태에 빠져있는 등 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 가운데 위축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연휴도 반납한 채 불철주야 청춘을 불태우는 이들을 만났다. /편집자

 

이서윤 SK하이닉스 낸드패키지 제조팀 라인리더

이서윤 SK하이닉스 낸드패키지 제조팀 라인리더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올 추석 가족들과 만나지 못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그럼에도 함께하시는 분들과 항상 행복하시고 건강에 유의하셨으면 좋겠다"며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힘내시길 바라며 풍성한 한가위 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팀원 모두가 함께 하는걸요. 때로는 쉬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지만 '책임감'으로 버티는 거죠."

충북 경제의 심장인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는 올해 추석 명절 기간에도 24시간 '풀가동' 된다. 연휴 기간 산단내 대부분의 기업들이 휴무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도체'가 지역, 나아가 국내 경제를 견인하는 만큼 SK하이닉스는 공장가동을 멈추지 않는다.

때문에 올해 추석명절 공장내 수 많은 근로자들은 황금연휴 이곳에서 청춘을 불태울 예정이다.

낸드패키지 제조팀 이서윤(43)씨 역시 올해 추석 기간 고향방문을 뒤로한 채 근무지에서 명절을 보내게 됐다. 그녀 또한 올해 추석 명절 기간 근무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올해 추석 연휴기간 고향방문은 어려울 것 같네요. 추석 기간인 30일부터 근무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고향인 충남 논산까지 차로 불과 1시간 거리지만 마지막 고향 방문은 2년전 즈음 일 겁니다. 체감상 가깝고도 먼 곳 같습니다. 사실 직업 특성상 교대근무를 하기 때문에 방문이 어려워 진 것도 있으나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이 더 큰 것 같아요. 짬을 내서 고향에 다녀오더라도 수 많은 사람들이 근무하는 기업의 특성상 '혹시 나 때문에 큰 피해가 갈까' 더욱 조심하게 되더라구요."

입사 24년차인 이서윤씨는 직업 특성상 부모님의 얼굴을 자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오랜 경력에 매년 찾아오는 명절이 익숙해질법도 하지만 그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과거와 비교했을때 명절 문화가 다양해지고 변화됐다지만 일년중 몇 번 없는 모든 가족이 모이는 날이잖아요.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죠. 전화나 메시지로 안부를 물을 수도 있지만 역시 얼굴을 봐야 가족들을 만난 것 같으니까요. 올해 설날에도 얼굴을 뵙지 못했기 때문에 마음 한켠에는 미안함도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쉬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지만 팀을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불철주야 업무를 본다는 이서윤 씨.

이렇듯 아쉬움 마음에도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던 것은 함께 일하는 '동료'들 덕분이었다. 이 씨는 10여명의 직원들을 이끄는 팀의 리더다.

특히 그녀는 비교적 젊은 나이임에도 LG반도체 시절부터 근무해온 베테랑 사원이다. 비슷한 또래 중에서도 이 같은 이력을 가진 직원을 손에 꼽는다.

오랜 회사생활에서 터득한 노하우로 그녀가 이끄는 팀은 회사 내부에서도 단합력이 좋기로 정평이 나있다.

여기에 올해 추석 연휴기간 역시 그녀 뿐만아니라 그녀의 팀원 대부분이 함께 근무한다. 이에 따라 올해 추석은 직원들과 함께 각자 명절 음식을 준비해 나눠먹으면서 추석을 보낼 예정이다.

"집에 있는 시간보다 회사에 있는 시간이 길다보니 일부 함께 오랜기간 근무했던 직원들은 또 다른 가족과 같습니다. 서로 대화도 많이하고 소통도 지속적으로 이뤄지다보니 지금은 눈빛만 봐도 '집에 무슨 일이 있구나'하고 알 수 있을 정도니까요. 덕분에 올해 추석은 이들과 함께 보낼 예정입니다. 서로 명절 음식을 준비해 나눠먹고 추석 덕담을 나누는 것이 어느덧 우리 팀만의 문화가 된지 오래입니다."

이에 따라 가족들 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팀원들에게도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추석기간 연휴를 만끽하면서 그간의 스트레스도 풀고 그러는데 저희는 일을 해야하잖아요. 팀원 모두에게 항상 감사하죠. 모두 책임감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까요. 어려운 시기에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배려 덕분인지 더욱 돈독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다양한 환경에서 올해 추석을 맞이하는 이들을 위한 덕담의 한마디를 전했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올 추석 가족들과 만나지 못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그럼에도 함께하시는 분들과 항상 행복하시고 건강에 유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힘내시길 바라며 풍성한 한가위 되시길 바랍니다."

 

 

송기용 ㈜진풍푸드서비스 영양사

송기용 ㈜진풍푸드서비스 영양사는
송기용 ㈜진풍푸드서비스 영양사는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한해를 보내고 있지만 명절때만큼은 다같이 웃으며 보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다들 가족들과 함께할 추석 상차림을 고민할때 저는 직원들을 위한 특별 상차림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영화 촬영장에서는 많은 주연·조연 배우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 '최고의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뒷받침 하는 다양한 이들이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현장에서 최고의 상품이 생산될 수 있도록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협력사 직원들이 있다.

송기용(29) ㈜진풍푸드서비스 영양사는 양질의 식재료와 최상의 식단을 준비해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송 영양사도 올해 추석 연휴기간 직원들을 위한 식단을 준비하기 위해 근무지를 떠나지 못하는 이들 중 하나다. 대구가 고양인 그녀는 일을 시작한 이후 고향에 내려가 본 지가 손에 꼽을 정도다.

"2015년부터 업무를 시작해서 올해로 5년째입니다. 연중 무휴 24시간 풀 가동 되는 기업의 특성상 저도 일반적인 직장인들과 같이 연휴에 쉬어본적이 없습니다. 올해 설 명절때도 그랬고 올해 추석 연휴에도 직원분들을 평소처럼 출근하시고 식사도 하셔야 하니까요."

그녀는 모두가 가족들과 함께 하는 추석연휴, 아쉬운 마음도 크지만 그보다 다음 식사메뉴를 기대하는 직원들을 위한 책임감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수천명에 달하는 직원들을 위한 건강한 밥상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특히나 더 조심스럽더라구요. 올해 초부터 전국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로 다양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일과중 유일한 휴식시간으로 알려진 식사시간입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위생 뿐만 아니라 직원들간의 거리두기, 소통 금지 등으로 행복해야할 식사시간이 많인 삭막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때문에 직원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라도 코로나19 면역력을 강화 시킬 수 있고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이에 따라 그녀는 추석기간 근무하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식단을 계획하고 있다. 그녀를 포함한 수 많은 근로자들이 연휴기간 고향에 갈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나름의 추석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미 9월 중순께부터 양질의 식재료를 물색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미소를 짓고 있는 송기용 영양사.

"과거 명절 연휴기간 직원들을 위해 '부드러운 갈비찜' 등을 준비했는데 조리과정에서 고기가 녹아 직원들에게 식사를 제공할 수 없던 적이 있었죠. 연휴기간으로 대부분 거래처가 문을 닫아 재료를 다시 구하기도 어려웠는데 어렵게 다시 구한 식재료로 잘 마무리 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런 실수를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아서라도 이날만은 꼭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묵묵히 직원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해온 그녀는 올해 추석을 맞이하는 분들을 위한 덕담을 전달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한해를 보내고 있지만 명절때만큼은 다같이 웃으며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이 어려운 시기가 끝나게 된다면 모두가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앞으로도 우리가족이 먹는 다는 생각으로 정성껏 음식을 준비하겠습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지난 2019년 11월 18일부 사내 도급협력사 구성원의 호칭을 'TP님'으로 통합했다. TP는 Thanks Partner(고마운 협력자)라는 의미로 상호존중의 기업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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