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지난 여름 지인들과 대천바닷가 충북도교육청 해양교육원으로 여행을 가면서, 먼저 보령시 성주면 개화예술공원을 갔다. 이곳은 미술관과 조각공원, 화인음악당, 허브랜드 등 종합문화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조각공원을 돌아본 후 산책로를 따라 가니, 사슴과 토끼, 오리 등이 자유롭게 노닐고 있었다. 수로에는 잉어와 철갑상어가 인상적이고 허브농원도 아름답다. 푸른 잔디가 있는 돌길을 따라 가다 보니 멋진 드라이플라워 카페가 나타났는데, 젊은 남녀들이 많이 찾아와서 담소도 나누며 사진도 찍고 보기가 좋다.

보령시 죽도 '상화원'을 갔다. 상화원은 대학 교수이며 소설가인 홍상화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이 정원은 보령 팔경의 하나로 한국의 전통미와 자연미가 살아 숨쉰다. 섬 전체가 울창한 소나무 숲에 대나무가 많고, 바다를 바라보며 쉴 수 있는 탁자와 벤치들이 많다. 상화원에서 제공한 떡과 커피를 갖고 소나무 숲 정자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시상(詩想)을 떠 올려보았다. 대천과 무창포 해수욕장으로 알려진 보령에서 금·토·일 주말에만 개장하는 상화원엔 하루 천여 명의 관광객들이 다녀간다.

다음날, 대천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해저터널의 원산도와 대천항, 삽시도 등 주변 섬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또한 원산도와 안면도 영목항으로 이어지는 해상교량을 보면서, 보령지역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느꼈다. 대천항 수산물시장에서 구입해 근처 식당에서 맛본 싱싱한 민어회와 삶은 소라, 생 우럭찜은 먹는 즐거움을 준다. 보령은 자연이 베푼 천혜(天惠)의 백사장 대천해수욕장, 무창포 바닷길, 머드축제, 죽도의 한국식 정원 상화원 등이 있어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것 같다.

가족, 친구들과 바다를 보며 여행을 하면 마음이 행복해진다. 영국 속담에 '하루를 행복하게 지내려면 이발을 하고, 한 달을 행복하려면 자동차를 사라. 일 년을 행복하려면 근사한 집을 지으라'고 한다.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 이발, 자동차, 집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고 멘토나 친구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필자는 힘들고 답답할 때 오랜 기간 교우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S가 있어 행복하다. 평소에 많이 베풀면 어려운 일도 주위 사람들이 도와주기에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인간관계를 잘 만들어야겠다.

요즘 바람이 선선하게 느껴지고 있다. 가을은 뭉게구름과 고추잠자리가 우리를 유혹하고, 나뭇잎은 초록에서 붉게 색깔이 변하면서 과일들도 맛있게 익어 간다. 가을을 맞아 야외로 나가자. 그리운 것들은 산에서 오고, 보름달은 들판의 밤하늘에서 온다.

류시호 시인·수필가
류시호 시인·수필가

달밤에 소곤거리는 풀벌레 소리, 실개천의 물소리 등 가을이 우리에게 주는 자연의 선물들이다.

마음을 편하게 갖고 들판에 나가 하늘을 보자. 가족이나 친구들과 길가의 들꽃 향기에 취해보고, 계곡의 맑은 물소리 들으며 머리도 식히자. 가을 기운이 우리 주변에 가득 차면, 우리의 삶도 더욱 빛나고 정서적 쉼터가 된다. 높고 푸른 하늘, 이번 가을에는 좋아하는 책과 미술, 음악, 영화, 여행도 하면서 쉼터에서 마음을 넉넉하게 나누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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