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조사 결과 처리절차도 삭제… 정비구역 해제 기준 모호

청주시 서원구 사모2구역주택재개발사업 추진 예정지. /신동빈
청주시 서원구 사모2구역주택재개발사업 추진 예정지. /중부매일DB

[중부매일 박재원 기자] 강원도 춘천시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를 졸속 개정했다고 평가받는 청주시의 비교 대상으로 올랐다.

이해당사자들을 혼란과 갈등으로 몰아넣을 소지가 다분한 청주시의 조례는 딱 봐도 춘천시와 확연히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시는 지난 7월 17일부터 자신들이 개정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수년간 정비사업 지지부진으로 재산권 침해를 받는 시민들은 이 조례의 '정비구역 등의 직권해제(10조)' 조항에 거부감을 표시한다.

시는 이 조항에 '토지 등 소유자의 20% 이상이 정비구역 해제를 요청하면 주민의견조사 결과를 가지고 해제 여부를 가린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직권해제는 '주민의견조사를 한 결과, 토지 등 소유자의 과반이 정비사업에 반대한 경우'로 제한했다.

여기서 '토지 등 소유자의 과반'은 의견조사 '결과치'의 과반이 아닌 '전체 토지 등 소유자'의 과반이다.

정비사업 해제에 따른 이해충돌이 심각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정비사업 지연으로 고통을 받는 주민들은 조례에 '전체'라는 문구가 없는데 시가 '토지 등 소유자의 과반'을 '전체 소유자의 과반'으로 삼는 것은 잘못된 확대 해석이라고 평가한다.

춘천시에서는 청주시와 달리 이 같은 논쟁을 차단하기 위해 '정비구역 등의 해제 기준에 관한 규칙'을 운용하고 있다.

여기를 보면 '주민의견을 수렴해 정비사업 추진에 찬성하거나 정비구역 등의 해제에 반대하는 토지 등 소유자의 비율이 전체 토지 등 소유자의 100분의 50 미만일 경우 정비구역 등을 해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전체'라는 문구를 넣어 의견 조사 후 나올 수 있는 분란을 사전에 차단했다.

이 뿐만 아니라 '정비구역 해제 찬성'이 아닌 '정비구역 해제 반대, 사업 계속해서 추진' 의견이 전체 소유자의 과반을 넘지 않으면 직권해제 한다.

정비구역 해제 요청에 따른 의견조사지만 해제 찬성 의견에 중점을 둔 게 아니라 해제 반대에 초점을 맞춘 역발상적인 방법이다.

사업 추진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역으로 이해당사자 다수가 사업 중단에 반대 의견을 표시하는 게 당연해서다.

청주시처럼 정비구역 해제 요청이 있으니 단순히 '해제 찬성 의견'만 듣겠다는 발상과는 차원이 다르다.

예전에는 청주시도 춘천과 같은 구체적인 '의견조사 결과 처리 기준'이 있었으나 조례 개정과정에서 폐지·삭제해 버렸다.

단순히 주민의견 조사는 60일 동안 우편 또는 방문으로 한다는 내용밖에 없다.

의견조사 결과의 처리 기준과 절차를 구체화하거나 개정해야 했으나 오히려 이를 폐지해 졸속 개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정비구역 해제를 요청한 서원구 사모1구역(재개발) 주민들은 "조례에도 없는 '전체 토지 소유자 과반'을 고집한다면, 해제 반대 의견도 과반이 넘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주민 반발을 사고 싶지 않다면 조사 참여율도 100%를 시가 직접 달성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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