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6일 청주대성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마지막 모의평가시험을 치르고 있다. / 김용수

8개월을 넘기고도 여전할 정도로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는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병까지 주고 있다. 무기력, 불안감 등으로 시작해 우울증으로 번지는 '코로나 블루'가 그것인데 주변과 단절을 느끼는 고립감이 대표적인 증세다. 이같은 코로나 우울감은 성인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학교수업 결손과 맞물린 학력격차 등도 한몫한다. 더구나 아직도 수업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아 학생들의 상태를 제대로 살필 수도 없는 처지다. 이래저래 우리 학생들의 정신건강이 걱정된다.

극단적인 선택을 따라하는 '베르테르 효과'가 우리사회에서도 문제가 되는 등 정신건강 문제는 시한폭탄과도 같다. 평소 적절한 관리와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학생들의 정신건강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기관의 효용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이같은 기관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음에도 전문인력, 그것도 전문의가 없어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게 충북의 현실이다. 충북도교육청이 학생 정신건강을 보듬기위해 설립한 마음건강증진센터내 전문의 자리가 모두 비어있다.

급여와 근무조건 등 처우가 열악해 빈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게 도교육청의 설명이다. 2억원 가량의 연봉(상근)이나 시간제 근무 가능 등의 조건에도 응시자조차 없다니 빈자리를 채우는 일이 쉽지않아 보인다. 실제 전국적으로도 채용이 어려운 진료과목이라니 전망도 어둡기만 하다. 지난달 혼자 남았던 전문의마저 퇴직하면서 생긴 당장의 진료공백도 문제지만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게 더 문제다. 다른 대책도 없이 전문의 모시기에만 매달리는 것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울 듯 싶다.

정서적 고위험군 상담과 심리적 불안감 치유 등 학생들의 정신건강 관리가 안갯속이지만 주변 상황은 계속 경고신호를 보내고 있다. 충북의 자살률이 전국 상위권인데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청소년 비율도 전국 세번째나 된다. 인구대비로 OECD 평균의 2배가 넘고, 전국평균보다 50% 가까이 높다. 이미 알려진대로 노인 자살률이 높은 편인 가운데 40~50대 남성들도 위험수위다. 정신건강의 안전망이 될 수 있는 가족만족도를 좌우하는 의사소통, 가족간 대화가 30분 미만인 가족이 절반을 훌쩍 넘기고 있다.

지난 2018년3월 문을 연 마음건강증진센터는 위기학생과 상황외에도 학교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을 한다. 학생·학부모·교직원 대상 상담·컨설팅, 관련 교육, 힐링 프로그램 지원 등을 통해 건강한 학교를 만들고 있다. 전문의가 없다고 센터 전체가 멈추지는 않는 것이다. 다만 더 전문적이고 효과적인 활동으로 충북학생·학교의 정신건강을 바르게 지킬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사회에서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정신치료를 부담없이, 손쉽게 받을 수 있도록 모두의 지혜와 노력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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