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연상 충북도 소방본부장장

고향이 시골인 나에게 추석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좋은 기억이 많다. 평소에 먹기 어려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과 함께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차례를 지내고 어머니께서 추석 선물로 새 양말을 선물로 주실 때면 왜 그리 좋은지. 지금이야 가격도 저렴하고 어디서든 쉽게 살 수가 있었지만 그 당시엔 모든 것이 귀했던 시기라 양말 한 켤레도 커다란 선물이었다.

명절선물 양말에서 알 수 있듯이 60년대 설탕과 밀가루 등 먹거리에서부터 2000년대 수삼과 영지버섯 등의 건강식품까지 명절 선물은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는 척도였다.

올해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고향집 방문 자제 분위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고려했을 때 안전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선물이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충북소방본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안전사고 발생 위험성 또한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부모님께 안전을 선물하세요. 주택화재경보기, 소화기 행복의 시작입니다'라는 표어를 내걸고 올 추석엔 주택용 소방시설 선물하기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주택용 소방시설'이란 주택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설치하는 법정소방시설로, 주택화재경보기와 소화기로 구분된다. 주택화재경보기는 화재 발생 시 즉시 경보음을 울려 신속히 대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소화기는 화재 초기 소방차 1대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어 화재 초기 진압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장비라 할 수 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5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화재 7천314건 중 주택화재는 1천824건(24.9%)이다. 하지만 이로 인한 사망자는 전체 105명 중 47명(52.6%)으로 매우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주택화재 사망자 중 60세 이상이 28명(59.6%)으로 절반이 넘는데 독거노인 등 재난 취약계층의 경우 화재 발생 사실을 늦게 인지, 신속한 대피를 하지 못해 인명 및 재산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 8월 10일 모두가 잠든 한밤중에 옥천군의 한 단독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주택용 화재경보기가 울린 덕분에 신속하게 대피해 인명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다. 안전한 주거환경 조성을 위한 주택용 화재경보기 설치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김연상 충북도 소방본부장장
김연상 충북도 소방본부장장

나와 가족을 지키는 일을 국가에만 의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로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첫걸음이다.

민족 최대 명절의 하나인 추석이 다가온다. 올 추석은 부모님께 주택화재경보기, 소화기를 선물하여 고향집에 안전을 선물하고 안심을 가득 채우는 뜻깊은 명절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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