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폭풍이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거쳐 중소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올 봄부터 일부 업종과 분야의 '셧다운(마비)'이 시작되더니 이제는 산업계 전반에 걸쳐 충격이 가해진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등 판매부진으로 인해 자금사정이 나빠지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더구나 자금 수요가 집중되는 추석을 앞두고는 자금확보 계획조차 못세우는 곳이 눈에 띄게 많아져 상황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코로나 수렁에 빠진 중소기업들의 올 추석나기는 너무 힘들어 보인다.

충북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이같은 상황을 확인시켜 준다. 기업 4곳중 3곳이 추석 자금사정이 곤란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비 20%p 가량 늘어난 수치다. 즉, 기업 5곳중 1곳은 지난해까지는 괜찮았지만 올들어 자금난을 겪는다는 얘기다. 최근 5년간을 비교하면 사정이 가장 좋았던 2017년 46.7%를 제외하고는 50% 초반이었다가 지난해 56%로 조금 높아졌다. 계속된 경기침체속에 코로나19가 결정타를 날린 것이다. 3년새 30% 가까이 높아진 것은 중소기업들의 최근 자금사정 악화를 보여준다.

기업 자금사정 악화도 문제지만 더 중요한 것은 관련여건이 나빠졌다는 점이다. 자금악화가 판매부진 때문이라고 답한 곳이 1년새 40%p 가량 늘어 90%를 넘었으며 판매대금 회수지연도 30%나 된다. 경기침체로 돈이 안도는 게 가장 큰 원인인 것이다. 코로나가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은 97%나 되는데 타격 받지 않은 기업이 없다는 의미다. 최악의 상황은 자금확보 계획에 대해 '대책없다'는 응답이 37.5%로 지난해보다 11.4%p 늘었다. 자금난 기업 9곳중 1곳은 예년과 달리 속절없이 세월만 보내는 셈이다.

자금난이 중소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우려스럽다. 대기업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진행된 구인구직 플랫폼의 한 설문조사에서 올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는 업체수가 지난해보다 2.6% 줄었다. 경영상태를 반영하는 상여금 액수도 전체적으로 10% 가까이 준 것으로 조사됐는데 해당 조사가 이뤄진 2012년 이후 최저금액이란다. 상여금을 주지 못한 이유로 3곳중 1곳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위기'를 꼽았다. 미지급 기업 4곳중 1곳은 지난해 상여금을 줬다고 답해 나빠진 올해 자금사정을 대변해 주고 있다.

추석을 맞아 드러났을 뿐 경영여건 악화에 따른 자금난은 이미 예고됐다. 직장인들의 해고경험 조사에서 올 상반기 경영난과 구조조정을 이유로 해고된 비율이 전년보다 15%p 증가했다. 또한 해고경험자의 70% 가량은 중소기업에서 쫓겨났다. 진작부터 직원고용이 흔들렸던 것이다. 충북 제조업의 가동률도 계속 하락했고 일시휴직자는 전년보다 급증했다. 이런 상황들은 中企 자금사정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당분간 헤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이제 추석나기를 넘어 기업의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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