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시절 한국체육관 태권도수련생 모습
전성기시절 한국체육관 태권도수련생 모습

# 60~70년대 국가대표 100여명 배출

1948년 국내 최초의 대규모 도장으로 개장한 '한국체육관'은 일제강점기에 '동본원사(東本願寺)'라는 일본 사찰이 있던 곳이다. 한국체육관은 '한체' 또는 '한체도장'으로 불리었다. 우리나라 역도를 포함해 권투, 레슬링, 유도, 펜싱, 태권도의 역사라 할 만큼 유서 깊은 곳이었다. 1975년 태능선수촌에 격투기종목의 시설인 개선관(凱旋館)이 건립되기 전까지 국가대표 훈련장소로도 사용된 곳이다. 60~70년대는 최대 전성기로 격투기와 무예종목의 선수를 발굴해 국가대표를 육성하는 전문도장이었고, 1996년 매각될 때까지 48년간 10만여명의 수련생을 배출했으며, 100여명의 국가대표를 발굴했다. 특히 60년대 권투와 태권도부의 수련생은 700여명에 달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1956년 멜버른 올림픽 권투 은메달리스트인 송순천(전 용인대 교수)는 생전에 필자에게 이 체육관이 지어지기 이전에 일본 사찰이 있었고 그 사찰에서 어린 시절 일본 스모를 배웠다고 했다. 그리고 해방이 되면서 체육관이 건립된 후 권투를 시작해 이 체육관에서 국가대표 훈련을 했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또한 1972년 몬트리올 올림픽까지 레슬링, 권투, 역도는 이 체육관의 대표가 곧 국가대표였을 정도였다고 한다. 실제 이 체육관출신으로 레슬링의 양정모와 장창선, 권투의 송순천과 김기수, 역도의 김해남과 유인호, 유도의 장은경 등 대스타들을 배출했다. 1958년에는 펜싱부가 신설되어 한국펜싱의 산 역사를 만든 곳이었으며, 최고의 태권도장이 되기도 했다.

1992년 방치된 한국체육관 모습(경향신문, 1992.11.27.)
1992년 방치된 한국체육관 모습(경향신문, 1992.11.27.)

# 대한체육회 20년간 방치, 그리고 매각

이 체육관은 임의단체로 각 사범들로 구성된 간부회가 공동관리 재산으로 운영했다. 그러나 1971년 당시 관장이 은행 불법으로 대출받아 유용하면서 대출금에 대한 이자문제로 공매 처분될 위기에 있었다. 그러나 당시 대통령의 특별하사금으로 체육관을 되찾았고, 1974년에 문교부에 무상으로 기부 체납되어 대한체육회의 소유가 되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이를 20여년간 방치했다. 대한체육회에 소유권이 넘어가면서 시설투자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수련생이 급감했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당시 정부는 철거명령까지 내렸다. 결국 1996년에는 체육관 설립 48년만에 매각 소식이 전해지자 체육인들은 격투기와 무예 종목의 산실을 방치하고 처분한 사실에 대해 분노하기도 했다.

사실 1996년 매각직전 당시 한국체육관의 운영 실태를 보면 비참할 정도였다. 6개 종목에 사범과 코치가 있었으나, 코치는 무보수였고, 사범은 정식 급여가 아니라 대한체육회장의 판공비중 100만원을 1989년부터 받아 5명에 나누어 주었으며, 상주 직원도 박봉으로 인해 20여년 이상 근무한 장기근속자임에도 사명감으로 버틸 수 없는 비참한 현실이었다.

한국체육관전경
한국체육관 전경

지금 돌이켜보면 대한체육회는 한국체육관을 20년간 방치하고 매각한 이후 어떠한 기록도 남기지 않았고 한국체육관을 영원히 사라지게 한 장본인이다. 당시 매각대금은 얼마였고 그 대금은 어디로 갔을까? 대한체육회는 한국체육관 매각대금으로 하남시 신장지구에 1천6백평의 부지를 확보해 최신식 체육관과 스포츠센터를 건설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그 약속을 지켰을까? 지금 계획되었던 하님시에 스포츠센터는 건설되지 않았고, 그렇다고 유도, 태권도, 펜싱, 권투, 역도, 레슬링의 전문시설을 건립한 사실도 없다.

허건식 체육학박사·WMC기획조정팀장
허건식 체육학박사·WMC기획조정팀장

이 매각대금으로 기존 6개 종목의 육성사업을 하거나, 기념사업 등에 사용되어야 맞았다. 그러나 그 사용처는 공개되지 않았다. 올해 국립체육박물관이 개관될 예정이다. 한국체육관은 해방이후 격투기와 무예의 역사다. 한국체육관이 근대체육유적으로 기록되고 체육관이 자리했던 곳에 기념비라도 세워야 할 것이다. 이것은 대한체육회가 20년 방치하고 매각한 최소한의 예우이며, 앞으로라도 한국체육관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작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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