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했던 일상 복귀… 코로나 종식 '한마음'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숨쉴 틈도 없이 계속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역대 최장 장마로 올 여름 크나큰 피해와 아픔을 남긴 수해, 끝날 줄 모르는 경기침체와 실업난…. 위기 속에서, 어둠 속에서 소원은 더 간절해지기 마련이다.

추석에 보름달을 보면서 소원을 비는 풍속은 옛 선조들 때부터 이어져왔다. 고대사회에서 어두운 밤은 두려움의 대상이었기에 환한 보름달은 고마움의 대상이었고, 보름달의 둥근 모습이 햇곡식·햇과일을 닮았다고 해 보름달을 생명의 상징으로 믿기도 했다.

유난히 힘들고 아팠던 올해, 그 어느 해보다 간절할 소원을 이번 추석 보름달을 보면서 빌어보자. 올해 한가위 보름달은 10월 1일 오후 6시20분에 뜬다. 완전히 둥근달은 10월 2일 새벽에 볼 수 있다. 가을의 한 가운데 달인 한가위를 맞아 충북도민들의 소원을 들어봤다.

손글씨로 소원의 키워드를 직접 받아 함께 싣는다.

 

#곽은자(보보스헤어 사장·50세·여)

2020년 여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19, 그리고 홍수와 태풍이 우리 자영업자에게 엄청난 피해를 끼쳤다. 참 힘든 시간들을 보냈다. 코로나19에 대해 세세하게 알 수는 없지만 자영업자들의 감내와 시민들의 수고로움으로 조금씩 팬데믹 상황을 잘 이겨내고 있는 것 같다. 이번 한가위만큼은 아름다운 보름달처럼 다들 마음이 풍성해져서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 가족들이 아무 탈없이 건강했으면 하는 소망, 소소했던 일상으로 돌아가 바쁘게 살아온 2020년의 '쉼표'가 됐으면 하는 소원이 있다.

#박선희(충북도청 공무원·49세·여)

부디 올 가을엔 모처럼 서울 사는 친구들과 만나 밥도 먹고 마스크를 벗어던진 채 밤새도록 못다한 얘기를 나누며 함께 실컷 웃어보고 싶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놀이공원에도 가고, 왁자지껄한 시장의 단골 맛집도 들려보고 싶다. 대학 새내기가 된 딸과 마음껏 쇼핑도 하고 오붓하게 여행도 가고 싶다. 주말엔 축제장에 들려 체험프로그램을 즐기고 저녁엔 좋아하는 연극공연 한 편 보면서 일상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다. 아! 올 추석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저 평범했던 일상으로 하루 빨리 돌아갈 수 있길 두 손 모아 간절히 기원해본다. 

 

#홍성호(충북연구원 연구위원·42세)

부모님께서 이번 추석에 고향에 오지 말라고 하신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명절을 함께 보내지 못하게 됐다. 나라에서도 움직이지 말라고 한다. 무척 먹먹하다. 특히 올해 추석은 어머니 칠순 생신과 겹치기도 한다. 그리스신화에는 질병에 의한 혼돈이 없는 도시를 관장하는 건강의 여신 하이게이아의 이야기가 있다. 코로나상황에 당면하니 하이게이아 도시가 간절해진다. 이번 추석 소원은 대한민국을 하이게이아 도시로 만들어달라는 사회적 소망과, 언택트하게 부모님 얼굴을 뵈었으면 하는 개인적 소망 등 두 가지를 빌고 싶다.
 

#김남희(충북대 졸업 취업준비생·27세·여)

하늘에 뜬 달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드는 게 참 오랜만인 것 같다. 취업준비생으로 살면서 늘 불안해하며 고개를 숙이고 걸었다. 막 성인이 됐을 때에는 미래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었는데. 버거운 현실에 하늘을 보는 게 사치스러운 일이 된 지금은 꿈이라든가 행복이라든가 하는 정말 중요한 것들은 뒷전이 되고 그럴듯한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유일한 소원으로 남았다. 휘영청 뜬 보름달 앞에 20대 청춘이 고작 이런 소원을 빈다는 게 슬프기도, 부끄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 소원을 이루면 당당한 진짜 어른이 될 수 있겠지. 그 희망으로 내 소원을 빌어본다.

 

#김태훈(㈜네패스 사장·56세)

개인적 소원은 현재 코로나19와 태풍 피해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 상황이 빨리 종식되고 회사 임직원과 가족들이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 일과 관련한 소원은 우리 회사(시스템반도체 후공정 전문업체)가 현재 충북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면서 사업 확장을 위한 고객 유치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데 이 노력이 열매를 맺어 내년부터 큰 성과가 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 이를 시작으로 충북지역의 시스템반도체 패키지 클러스터가 세계적인 반도체 생산기지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이번 한가위 보름달에 빌겠다.
 

#김종익(청주시 가경동·71세)

사상 유래없는 질병공포와 긴 장마·태풍이 할퀴고 간 소용돌이 속에서 그래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최대 명절 추석이 반가우면서도 질병과 자연의 위력 앞에 씁쓸함을 느낀다. 그래도 자식들, 손주들과 달콤한 시간을 함께할 수 있다는 기쁨이 앞선다. 와사보생(臥死步生, 걷지 않으면 죽는다) 말처럼 소원이라면 건강 말고 더 바랄 것이 있겠나. 하나 더 바람이 있다면 멀리 제주도에서 떨어져 생활하는 막내자식이 고향에서 함께 살면 좋겠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소중한 분들이 위기를 잘 이겨내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길 기원한다.

 

#남시원(대전 동화중학교 1학년·14세·여)

민족의 대명절 추석은 원래 설레고 기대되는 명절인데 올해는 걱정이 가득하다. 해마다 할머니댁에 가서 송편을 만들고 보름달에 소원도 빌고 차례를 지내면서 보냈는데 올해에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모이지도 말라고 하고 마스크 착용에 다중시설 이용 금지령까지 내려졌다. 이번 추석 보름달에는 코로나가 하루빨리 종식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 것이다. 그래야 학교에 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온라인 화상수업이 아닌 대면수업도 할 수 있으니까. 학교도 못가고 공부도 제대로 못했지만 내년에는 행복한 해가 오길 기도한다.
 

#정의(조각가·41세)

코로나로 어렵다고 하지만 많은 것을 얻고 기회를 얻은 시간이 되고 있다. 어릴적 힘든 가정환경에서 성장하면서 배운 것이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 살아가는 인생이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힘들어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언젠간 즐거운 일이 찾아오겠지 라는 긍정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 긍정적으로 지역을 바라보고 싶지만 지역예술가로서 아직은 긍정적으로 보기가 어렵다. 올해 추석에는 밝은 달을 보면서 꼭 소원을 빌 것이다. 이 또한 잘 지나가게 해달라고, 긍정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