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생명체는 조망을 중시한다. 커피 한 잔을 마시거나 한 끼 식사를 할 때도 전망이 좋은 자리를 선호한다. 호텔을 이용할 때도 값을 더 지불하고 전망 좋은 룸을 선택한다. 정상에서 산하를 굽어보며 느끼는 장관과 희열에 매료되어 산을 오른다. 전망을 좋아하는 심리가 반영되어 조망권이 좋은 집에는 프리미엄이 붙는다. 토종 꿀벌은 분봉할 때 전망이 좋은 자리에 터를 잡는다. 새는 전망이 확 트인 자리에서 먹잇감을 벼른다. 식물은 햇빛을 받는데 최적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생명체의 조망과 전망은 생존이다.

사람은 자신과 타인의 삶을 조망하며 산다. 사람이 조망하는 대상은 사물과 현상만이 아니다. 심리학에서는 자신과 타인의 마음이나 삶에 대해 조망하는 것을 '조망수용'이라고 한다. 조망수용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 처지나 상황을 위에서 조망하고 내려다보는 동시에 타인의 생각과 감정, 처지나 상황을 그 사람의 맥락에서 이해하는 프로세스"다. 조망수용은 자신만 보거나 타인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타인을 두루 살피는 마음이다. 조망수용은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타인의 생각을 추론하는 능력이다.

조망수용은 자신과 타인을 인정하는 삶의 자세이고 방식이다. 자신과 타인의 관계가 개별적인 존재임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 처지나 상황을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는 마음이고, 타인의 생각과 감정, 처지나 상황에 간섭하지 않는 마음이다. 조망수용은 자신의 마음에 타인의 마음이 함부로 들어와 휘두르지 못하도록 지키는 삶이고, 자신의 마음이 타인의 마음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고 타인의 마음을 지켜주는 삶이다. 자신을 지켜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지각하고, 자신의 이기심을 내려놓고 타인을 헤아릴 때가 언제인지를 지각하는 삶이 조망수용이다.

조망수용은 자신과 타인을 좋은 관계로 이어주는 마음의 끈이다. 데이비드 브룩스는 "우리는 인간관계에 의해 형성되고 인간관계에 의해 자양분을 공급받으며 또 인간관계를 동경한다는 진실을 명료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자신을 조망하는 사람은 타인의 마음도 조망하게 되어 관계를 상호적이고 긍정적으로 이끈다. 타인의 입장에서 그의 감정, 생각, 동기 등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의사소통이 잘되어 관계가 좋아지게 된다. 조망수용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 처지나 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타인의 정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살 수 있도록 해준다.

조망수용적인 삶은 관점을 바꾸는 마음으로 시작된다. 관점 바꾸기는 자신의 감정, 생각, 상황, 입장만을 고집하는 이기적인 마음을 멈추고 타인의 감정, 생각, 상황, 입장을 반영하는 작업이다. 자신의 마음을 타인의 마음으로, 타인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으로 조망하는 관점 바꾸기는 타인의 마음과 입장을 이해하고 수용하며 살게 해준다. 삶의 과정과 결과를 성찰할 때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마음을 접고 자신의 탓으로 받아들이는 관점 바꾸기가 삶을 행복하게 만든다.

이종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이종완 위로&소통연구소

조망수용적인 삶은 자기 자비의 마음으로 완성된다. 달라이 라마는 자기 자비를 "자신과 타인의 고통을 헤아리는데 세심하고 그것을 덜어주거나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깊게 헌신하는 것"이라 했다. 자기 자비의 마음은 자신과 타인이 겪는 곤란, 어려움, 고통에 대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인 관점으로 보고 이해하고 수용하게 해준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자비는 삶의 고통을 겪고 관계의 갈등을 경험할 때 균형감각을 갖고 대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삶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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