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의 상황과 여건에 걸맞는 교육을 전개하기 위한 교육자치가 엉뚱한 방향으로 풀려가고 있다. 최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감 공모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교원승진제도 개편안을 교육부에 건의키로 했다. 이에 따르면 평교사(경력 6년이상)도 누구나 공모직 교감에 응모할 수 있게 된다. 젊고 역량있는 교사들을 교감으로 뽑아 교육현장의 혁신을 맡겨보겠다는 것이다. 잘만되면 학교교육의 내실과 발전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지지만 함정이 있다. 이대로라면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현행 제도는 교감이 되기위해 20여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개선안은 이를 크게 줄이겠다는 것이다. 물론 교단에 오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승진대상이 된다면 마땅히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이 세월동안 담임 등 교내 여러 보직을 맡거나, 다른 이들이 기피하는 곳에서 근무한 교사들이 있기에 학교가 돌아가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한 이들이 편하고 돋보이는 자리에서 생색내는 이들에 비해 불이익을 받는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다. 어떤 제도에도 명암은 있을 수 밖에 없다.

교감 공모제의 더 큰 문제는 선발권한을 교육감이 쥐고 있다보니 노골적인 '내 사람 심기'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않아도 교육감 직선제로 인한 '교육의 정치화'가 여전히 논란이 되는 터에 이를 부추길 것이 뻔하다. 이런 가능성은 교직원간 갈등을 유발하고, 자격 문턱을 거의 없앤 교장공모제로 연계돼 학교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도 일부에서는 장학사·장학관 선발의 편향성을 지적하는 등 교원인사는 숙제로 남아있다. 이런 논란이 교감자리로까지 번지면 학교교육의 틀은 흔들리게 된다.

지역교육을 맡는 교육감 인사권을 강화하려는 시도는 이뿐이 아니다. 앞서 논란이 된 교원 지방직화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현행 국가공무원에서 지방공무원으로 신분이 바뀌는 것인데 단순한 국가직, 지방직 차원이 아니다. 임용·인사 등에 대한 교육감 권한이 더 커져 정치성향·이념에 따른 편향적 운영 가능성도 더 커진다. 이와 더불어 교사선발권을 교육감에게 위임하려는 임용시험 규칙개정안은 교육감의 권한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다.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는 면접 등이 당락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시대에 지방에 더 많은 자치권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그에 걸맞는 감시와 견제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의회를 통한 것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그 범위와 수위가 지극히 제한적이다. 임용·인사 등의 문제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방법과 절차, 기준과 평가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준수여부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권한만 주고 뒷일은 나몰라라 하는 지금의 인사권 강화는 자치가 아닌 '독선'을 부르게 된다. 누구를, 무엇을 위한 제도개선인지 출발점부터 다시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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