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장

출근길에 올려다보는 가을 하늘이 청명하다. 이런 하늘을 본 게 언제였나 싶다. 곧 추석이다. 마음이 풍요로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하던 옛 어른들의 말씀이 무색한 것이 요즘의 상황이다. 5일이나 되는 추석연휴인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침저녁으로 중대본과 시청에서 보내온 사회적 거리두기 메시지는 감히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한다. 코로나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상황에서 추석을 알차게 보낼 묘안은 없어 보인다.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을 풀어 소상공인들의 생존에 도움을 준다고 하지만 기업들의 운영상황은 더욱 대안이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한국은행이 지난 24일 발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외부감사 대상 기업 가운데 한계기업은 3,475개(전체의 14.8%)로, 전년 대비 239개가 늘었다고 했다.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는 것을 전제로 한국은행은 한계기업이 올해 말 5,033개로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했다.

한계기업(좀비기업)은 재무구조가 부실해 영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금융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등 경쟁력을 상실해서 더 이상의 성장이 어려운 기업을 말한다. 한국은행의 전망은 국내 기업 5곳 중 1곳은 도산 위기의 한계상황에 다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다면 중소기업 지원기관도 사업운영에 차질은 빚는 것은 매한가지다. 설비투자는 줄어들고 인원은 감축되고 경기침체는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상반기에 하려고 했던 많은 사업들이 코로나가 곧 잠잠해질 것이라는 기대 속에 하반기로 연기되었다가 다시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되거나 아예 내년으로 연기하거나 취소하기도 했다.

진흥원의 지원사업도 변화를 겪고 있다. 상반기 해외마케팅 지원을 하반기로 연기했다가 다시 온라인 상담회로 전환했다. 취업박람회도 고민 끝에 온라인 취업박람회로 준비하고 있다. 심지어 '2020충북청년축제'같은 축제행사 마저도 온라인 방식으로 대체해서 지난 9월 18일과 19일, 이틀간 개최했다.

그렇다.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이 인간이다. 코로나가 가져온 새로운 환경은 그에 맞춰 잘 적응할 수만 있다면 그것을 극복하는 또 다른 방법일 수 있겠다.

온라인으로 개최한 해외마케팅 상담회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나름대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팔 물건을 먼저 바이어에게 배송하고, 물건을 받아 살펴 본 바이어와 화상상담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담하게 함으로써 실질적 계약에 이르도록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바이어 초청에 들던 비용이나 출장비 등이 절감되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 남는 사업예산은 추가로 온라인 상담회를 진행하거나 다른 지원사업 예산에 투입함으로써 더 많은 기업 수출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어찌 보면 전화위복이 되고 있다.

청년축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축제 영상을 송출한 유튜브 채널은 불과 2개월 전에 만들었음에도 구독자수가 400명을 넘어섰고, 누적 조회수가 6만회를 넘었다. 생방송 당시 구독자수가 80명이 늘었다. 이틀간 축제영상 조회수는 5,400회 정도로 집계되었다. 작년 축제의 누적 참여자가 3,000명 정도였으니 오히려 더 많은 인원이 축제를 즐긴 셈이다. 사업의 목적과 방향성을 잃지 않는다면 코로나 상황에서도 지원사업을 수행할 여러 가지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화상회의, 화상면접, 비대면 지원 소프트웨어 등을 서비스하는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확대되고 있다. 대학교육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는 '줌'서비스를 개발한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社의 나스닥 시장주가가 수직상승하고 있다는 것이 이런 상황을 반증한다.

11월에 진흥원에서는 온라인 취업박람회를 개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200업체를 모집해서 구직자와 기업을 연결해줄 것이다. 2019년 취업박람회 장소였던 청주체육관은 협소해서 구직자들이 면접을 보기 위해 서로 다닥다닥 붙어 다니는 불편을 겪었던 기억이 있다. 온라인 취업박람회는 이런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 하루만에 개최해야했던 것도 3주에 걸쳐 여유있게 진행할 수 있다.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 원장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 원장

전자기기를 다루는데 어려움이 있는 구직자에게는 별도로 오프라인 화상면접 공간을 만들어 서비스하려고 한다.

코로나의 상화에 새롭게 시도했던 온라인 지원사업의 다양한 방법들은 우리에게 귀중한 경험의 자산이 되었다. 이 경험을 토대로 내년도 사업방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한 슬기로운 계획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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