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장

얼마 전 우암산 우회도로를 걷다 공사차량 너머 여러 명이 무언가를 설치하는 것을 본다. 언뜻 보면 가로등 같은데 높이가 작아 보인다. 며칠 후 그 실체를 알았다. '자동차 속도 30㎞ 초과 금지' 청주시 주요 도로는 앞으로 자동차 시속 50㎞, 30㎞ 이하로 주행을 하라는 교통안전시설물이었다.

우암산 우회도로는 봄 벚꽃, 여름 무성한 나무, 가을 단풍, 겨울 눈 내리는 청주시를 조망할 수 있어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굽은 도로와 우거진 나무 사이로 청주시 최고의 드라이브 장소로 꼽힌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굽이굽이 돌아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도 자주 볼 수 있는데 도로는 좁고 굽이쳐 충돌사고도 우려된다. 그러니 자동차 30㎞ 초과 금지는 공감된다.

그러나 의문도 든다. 우암산 우회도로는 자동차 금지가 낫지 않을까? 이번 기회에 우회도로를 자동차가 아닌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우회도로는 교통망으로의 역할은 작고, 통행 차량도 드라이브가 주목적인 경우가 상당하다. 반드시 통행을 해야 할 곳은 2개의 사찰인데 청주대학교 진입로와 연결되니 자동차를 금지시키고 보행자 전용도로로 전환하여도 불편은 크지 않다.

사람들이 걷고,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길이 되어 상당산성 옛길과 연결되면 상당산성을 한 바퀴 돌며 우암산 곳곳을 체험할 수 있고, 시선을 멀리 던지면 청주시를 전체를 조망하게 한다. 그뿐인가! 우암산 산자락이 평지를 만나는 곳에 무심천이 흐른다. 무심천을 가로지르는 자전거 길은 세종시를 통과하여 대청댐 호수를 끼고 청주로 돌아온다. 우암산에서 시작한 자전거 길이 산과 강 그리고 호수를 돌고 돌아 청주로 오는 것이다. 무엇보다 주말에 멀리 가지 않더라도 자연을 느낄 수 있다. 청주시 교통에 지장이 없고 시민들은 새로운 자연 체험장을 얻게 되니 실(失)은 없고 득(得)은 있다.

전국이 '시내 주행 5030'을 실행한다. 시내 주행 시 안전속도로 50㎞, 착한속도로 30㎞를 지켜야 한다. '시내 주행 5030'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가까운 거리는 차를 타지 않고 안전을 보장받은 채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공유 킥보드도 시내에서 보이기도 하는데, 자전거는 시속 20㎞∼30㎞의 속도로 갈 수 있으니 시민들이 가까운 거리는 차량 없이 편하고 안전하게 움직이도록 우암산에서 시작한 길이 무심천을 만나 종(縱)으로 늘리고, 흥덕구 부모산(父母山)까지 횡(橫)으로 길을 확보하면 사람이 종횡무진으로 활보하는 전국 최초·유일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시내가 차량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이 되려면 우선해야 할 것이 안전이고 따라서 '도로'가 '길'로 변해야 한다. 시(市)의 외곽, 산(山) 둘레를 주차장을 만들고, 음식점을 짓고, 길이라 명칭을 부르는 수준을 넘어 시내 산자락에서 시작한 길이 시내 중심을 관통하여 물과 함께 흐르는 시대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중앙정부에서 안전 속도 50㎞, 착한 속도 30㎞ 주행을 홍보, 단속하라는 지침을 쫓아만 가는 것이 아닌 교통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사람이 걷고, 이동할 수 있도록 방법을 묻고, 찾으면서 지역 색깔에 맞추어 옷을 입고, 시대를 앞서가는 창의(創意)적인 지방정부가 아쉽다.

'우암산우회도로'를 '우암산길'로 부르기를 기대하면서 지방정부(청주시)에게 속삭여 본다. "우암산을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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