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우동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장

코로나19 이후 출근길에 '마스크' 착용을 잊어버려 다시 집으로 돌아간 경험이 있는 사람이 적지않을 것이다. 바야흐로 마스크 없이 아무데도 갈 수 없는 불편한 시대가 되었다. 매 순간 우리는 마스크가 내 생명뿐 아니라, 타인의 위험도 배제시키는 역할을 인식하며 살아간다.

1986년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위험사회(risk society)'라는 개념을 발표한다. 사회가 발전되면 될수록 근대화에 따른 위험요소가 사회 전반에 포진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궁극적으로 '안전(safety)'의 가치가 '평등'의 그것보다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안전(safety)이 팬데믹 시기와 코로나 이후라는 시대를 구분 짓는 중대한 전환점(critical juncture)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학자들이 많다.

코로나 시대 '마스크'에 버금가는 안전장치는 산업현장에도 있다. 안전모, 안전대 같은 개인 보호구를 비롯해서 작업발판, 비계 같은 '구조적 장치', 각종 기계·기구에 설치된 방호장치, 국소배기장치나 방폭장치, 안전밸브 등과 같은 '안전설비' 등이 그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도 산업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계속 발생한다.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제조업의 경우 끼임, 건설업의 경우 추락 등의 중대재해로 인하여 근로자 800여명이 일터에서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이는 주요 선진국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산업현장에서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보호구, 각종 안전설비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대표적 제도중 하나로써 산업안전보건법이 있다. 이 법은 올해부터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까지 보호대상으로 영역이 확대되었고, 도급인(발주자 포함)의 책임도 강화되는 등 기업을 점점 더 규제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다.

그러나 국가가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확대해서 개정해본들 사업주가 현장에 적용하지 않는다면 그 실효성은 떨어진다. 결국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산업안전정책의 경우 기업에 대한 국가의 개입 범위를 넓히고, 사회적으로 좀 더 규제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장기적으로 기업이 성장하고, 우리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하는 길이며, 더 나아가 국가가 강건(state strong)해지는 기반이 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김우동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장
김우동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장

국가의 성장이 최우선이었던 시대는 지났다. 바쁘다는 이유로 근로자의 '안전'이 등한시되는 일이 없기를 희망한다. 국가가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기업의 '성장'도 늦춰질 수밖에 없으며, 우리 사회도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더 이상 만들어 낼 수 없다.

사업장의 '안전 마스크'인 산업안전보건법 준수를 다시 한번 당부한다. 기업은 이를 비용으로 여기지 말고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각종 위험요소를 구조적으로 배제해나가고, 근로자는 기본 보호구를 착용하는 것을 습관화할 때 기업, 근로자, 그리고 국가가 상생발전하는 길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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