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8일 세종시청 여민실에서 '행정수도 완성·국가 균형 발전 충청권 민·관·정 협의회'가 출범했다. 협의회에는 충청권 4개 시·도지사와 더불어민주당 시·도당위원장, 시·도의회 의장, 민간 대표 등 20명이 협의회 위원으로 참여한다. /세종시

코로나19로 인해 올 추석을 온전하게 보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수천만명이 고향과 가족을 찾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팬데믹 감염병이 일상을 바꾼만큼 명절나기도 달라졌고, 추석상에서 오간 얘기거리도 달라졌다. 국가와 정치는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살림살이 등 소소한 이야기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세상살이가 버거울수록 내일을 기대하는 것 또한 힘들어진다. 희망을 걸만한 이슈도 많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희망과 기대를 포기할 수 없다. 충청권의 내일, 대한민국의 내일을 위해 활로를 찾아야 한다.

추석연휴 직전 충청권 4개 시·도는 행정수도 완성 및 국가균형발전 민·관·정협의회를 발족했다. 세종시의 행정수도 완성과 혁신도시 활성화를 통해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충청권의 의지를 다시 한번 모은 것이다. 이날 행사의 목소리는 크고, 메시지는 분명했지만 협의회와 충청인들이 가야할 길은 안갯속이다. 안팎으로 난관 투성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슈를 제기하고, 추진의지를 보탠지 두달이 넘었지만 그간 이뤄진 것은 없다. 이를 이끌어야 할 정치권은 여야 할 것없이 딴일에만 정신이 팔려있다.

민주당에서 추진단을 꾸려 전국순회 토론회를 했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시원찮다. 코로나에 치이고, 추미애에 밀리고 도통 관심이 없다. 수도권 일극화를 한목소리로 지적해온 영남권이나 호남권도 마찬가지다. 이러니 서울·경기지역은 오죽하겠는가. 여당의 공식 입장은 분명한 듯 하지만 수도권 의원들은 다른 기류를 보인다. 대놓고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은 명함도 못내미는 처지다. 수뇌부는 딴소리를 하고 의원들은 눈치보기로 일관한다. 심지어 충청권 의원들도 적극 나서려 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여당 좋은 일만 시키는 것 같다는 게 이들의 변명이다. 그러는 동안 비수도권은 말라죽어 간다. 인구는 계속 줄고, 인재는 빠져나가고, 재정과 경제는 더 줄고, 미래는 더 암울해질 뿐이다. 이 정도라면 야당에서 먼저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에 나서야 한다. 언제까지 국가균형발전이란 대의(大義)를 민주당에 뺏긴채로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이 텃밭으로 삼고 있는 대구·경북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도 침묵으로 일관해서야 어찌 지역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겠나.

말만 요란할 뿐 뜨뜻미지근한 여당에 각을 세우고 주도적으로 이끌 생각은 왜 안하는가. 제대로도 못하지만 일할 생각도 없어 보이는 야당의 이미지로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 행정수도는 이런 무능력한 이미지를 깨고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기회다. 이를 일깨우고 지적하는 것은 충청권 정치인들의 몫이다. 수도권의 벽을 허무는데에도 앞장서야 한다. 언제까지 뒷전으로 빠져 남의 일 보듯 할 것인가. 여야를 떠나 이들이 가야할 길은 하나이며 분명하다. 이럴때 역량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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