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딸이 사는 세상 안전하게 지켜야죠"

충북 최초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장과 어린이 보호구역 로고빔 설치를 이끌어 낸 신구호 경사.
충북 최초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장과 어린이 보호구역 로고빔 설치를 이끌어 낸 신구호 경사.

[중부매일 윤여군 기자]지난해 9월 아산의 한 스쿨존에서 40대 남성이 교통사고를 내 9살 김민식 군을 숨지게 했다.

이를 계기로 스쿨존의 교통안전시설과 처벌을 강화하는 일명 '민식이법'이 제정돼 올 3월부터 시행되는 등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영동경찰서는 충북도내 최초로 자체 사업으로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장을 비롯해 어린이 보호 구역 '로고빔'과 어린이 보호 구역 보조 표지판을 설치했다.

어린이 교통안전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한 영동경찰서 교통계 신구호 경사로부터 추진과정을 들어본다.
 

도내 최초 경찰서 주관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장 설치

"2019년 9월 충남 아산에서 김민식군의 교통 사망 사고를 뉴스로 접하고 6살 딸을 가진 부모이자 교통경찰로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영동경찰서 교통계 신구호 경사(42)는 김민식 군의 사고를 계기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관계 기관을 찾아 동분서주하기 시작했다.

그는 충북 동남4군(보은.옥천.영동.괴산)에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장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제2의 김민식 군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선적으로 영동군 관내에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교육장 설치가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박세복 영동군수를 비롯해 윤석진 영동군의회 의장, 영동군 힐링사업소 등 관계자들을 만나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장 설치에 대해 협조를 요청했고 이를 사업에 반영시켰다.

관내 모범 운전자회와 함께 교육장 설치를 위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영동군청 건설교통과 교통팀에 제안해 힐링사업소 내 교육장 부지 선정과 설치를 이끌어 냈다.

힐링사업소내 교육장 부지를 마련했으나 예산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신 경사는 지역구 국회의원인 박덕흠 의원을 만나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 취지를 설명한 끝에 올해 특별교부세 6억원을 지원받게 되면서 교육장 설치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예산 확보에 따라 10월 중 군청 담당자와 도내 교육장을 견학해 설계를 마칠 예정이고 내년 2021년 상반기 중 착공된다.

이 교육장이 기존 교육장과 차별화되는 점은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자전거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자전거 운전면허 시험장이 운영된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및 중학생 대상으로 자전거 면허 시험을 실시한 뒤 합격자에게 지자체장 명의로 자전거 운전면허증을 교부해 자연스럽게 교통안전에 대한 교육을 시행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교통 교육의 사각 지대에 있는 관내 노인까지 교육 대상도 확대할 계획이다.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장 설치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도해 왔지만 이 교육장은 영동경찰서 자체사업으로 추진된 도내 최초 사례이다.

이 사업은 충북지방청 우수 시책으로 선정돼 신구호 경사는 충북지방경찰청장 표창을 수상했다.

도내 최초 학교 앞 어린이 보호 구역 '로고빔' 설치

충북 도내 최초로 설치된 영동읍 3개 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 구역 로고빔
충북 도내 최초로 설치된 영동읍 3개 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 구역 로고빔

신 경사는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장 설치 추진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로고빔이 활용되고 있다는 것에 착안해 야간에 운전자들이 어린이 보호 구역을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로고빔'을 설치했다.

영동군의회에 로고빔 설치사업을 제안해 예산 500만원을 지원받아 충북 도내 최초로 영동읍 3개 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 구역에 로고빔을 설치했다.

신 경사는 "스쿨존의 홍보가 미비한 상태에서 야간에 빛나는 로고빔으로 어린이보호구역의 범위와 의미를 홍보해 지역민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게 나왔다"면서 "특히 올해 녹색 어머니회 발대식에서 한 참가자가 야간에 로고빔을 보고 감동이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충북 도내 최초로 설치된 영동읍 3개 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 구역 로고빔
충북 도내 최초로 설치된 영동읍 3개 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 구역 로고빔

영동군에 설치된 어린이 보호구역 로고빔은 도내 다른 경찰서에서도 벤치마킹 중이다.

신 경사는 "로고빔은 수명이 반영구적이고 필터 교환으로 여러 홍보 문구를 사용할 수 있어 적은 비용으로 큰 홍보 효과를 준다는 점에서 타 경찰서에서도 고민해 볼만 하다"고 제안했다.

'어린이 보호 구역 보조 표지판' 부착

영동군 관내 14개 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에 설치된 '어린이 보호 구역 보조 표지판'
영동군 관내 14개 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에 설치된 '어린이 보호 구역 보조 표지판'

교통사고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해야 겠다는 일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신 경사는 외근 근무 중 어린이 보호구역 인식이 어렵다는 여성 운전자와 고령 운전자의 의견을 듣고 고민 끝에 도내 최초로 보도 안전 펜스 전면부에 '어린이 보호 구역 보조 표지판'을 부착해 누구나 쉽게 식별하도록 했다.

어린이 보호 구역 보조 표지판은 차량을 운전 중인 운전자 시점에서 어린이 보호 구역을 식별할 수 있도록 신 경사가 직접 구상해 시안을 만들었다.

시설 설치를 위해 관내 유관 단체인 뉴영동라이온스클럽에 사업을 제안해 예산 100만원을 지원 받아 영동군 관내 14개 초등학교 어린이보호구역에 설치를 완료했다.

특히 영동읍 3개 초등학교 앞 보호구역은 뉴영동라이온스클럽 회장 및 회원 경찰서 교통관리계장 등과 합동으로 설치해 군민과 경찰 합동 치안의 모범 사례로 남아 의미를 더했다.

착한 운전 캠페인 UCC 제작

신 경사가 우송대와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UCC를 제작하고 있다.
신 경사가 우송대와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UCC를 제작하고 있다.

교육용 홍보영상도 직접 제작에 나서 지난해 착한 운전 캠페인 UCC를 제작했던 우송대와 협의,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UCC 제작 전 과정에 참여했다.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주제를 제시하고 직접 영상에 출연해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홍보 영상을 제작해 향후 어린이 대상 교통 사고 예방을 교육에 활용할 예정이다.

경찰 입문 14년 동안 교통업무 수행

신 경사는 지난 2007년 순경 공채 시험에 합격해 중앙경찰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동안 주요 국가 행사 등에 동원돼 근무하면서 교통 경찰관에 매력을 느껴 교통업무를 선택했다.

신 경사는 "G20 서울 개최에 동원돼 경호 경비 업무를 수행할 때의 설렘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며 "세계 정상들을 경비한다는 생각에 부담감과 함께 떨리는 근무를 마치고 난 후, 소속기동대가 대통령 단체 표창을 받아 경찰 임용 후 처음으로 국가 행사에 도움을 주었다는 생각에 잊지 못할 성취감을 맛 본 시간이었다"고 서울청 경찰관 7기동대에서 근무했던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교통 업무를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2011년 2월 전국 교통경찰 중 가장 어렵고 힘들다는 서울청 남대문 경찰서를 지원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남대문 경찰서에서 중요업무 105회, 외빈 장식 226회, 집회102회의 교통 관리를 수행했다.

특히, 2012년 서울에서 개최 한 핵안보정상회의 때는 행사팀으로 무교 로터리에서 111회 교통관리를 하는 등 서울 시청이 주관하는 각종 행사 관리 업무 유공으로 서울특별시장 표창을 2회 수상했다.

하지만 교통경찰의 사명감과 열정으로 근무했으나 교통 경찰은 평소 생각하던 모습이 아니었다.

하루 종일 자동차 매연을 마시면서 도로 위에서 근무해야 했고 퇴근하면 퉁퉁 부은 다리로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았다.

또 수시로 진행되는 대통령 및 주요인사의 행사 관리와 각종 집회에 점점 지쳐갔고 다양한 악성 민원은 더욱 힘들게 했다.

신 경사는 "기대와 다른 근무로 인해 교통경찰을 벗어나 다른 부서로 이동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으나 지난 2011년 이른 봄 교통경찰의 업무를 수행하던 중 교통사고를 사망사고를 접하면서 새롭게 교통경찰의 각오를 다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새벽 5시께 출동한 현장에는 50대 여성의 보행자가 마을버스 차량 밑에 깔려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근처 건물 환경 미화원으로 출근 시간에 늦어서 급하게 뛰어가다가 차가 오는 걸 보지 못해 발생한 사고였다.

구급 요청 후 불안해 하는 피해자를 안심시키던 신 경사는 정신을 잃어가면서도 "경찰 아저씨 귀찮게 해서 미안해요."라며 오히려 미안해하던 이 여성이 결국 사망해 지금도 가슴이 아파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

신 경사는 "사고 발생 시간에 순찰 한번 더했으면 이 사고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과 피해자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그 사고 이후 새벽 취약 시간에 빠짐없이 관내 교통사고 다발 지역 순찰 근무했고 힘들고 지치던 교통 근무가 내가 꼭 해야만 하는 나의 역할과 책임이 됐다"고 소회했다.

'어린이 보호구역 보조 표지판' 설치 모습.

2014년부터 2015년까지 1년 6개월 동안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 경비팀에서 총리 공관 경비를 한 경험은 선택된 소수의 경찰만 근무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지금도 자부심으로 남아 있다.

2016년 5월 고향인 충북청으로 지원해 영동경찰서 교통 관리계로 전입해 학산파출소에 근무하던 2018년 8월 차량에 탑승한 채 저수지로 향하던 자살기도자와 끊임없는 대화를 통한 설득 끝에 자살기도자를 구조해 '지방청 칭찬합시다' 최우수 사례로 선정돼 경찰청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현재 그는 2019년 1월 영동경찰서 교통관리계로 복귀해 교통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신경사가 어린이 교통안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결코 우연히 아니다.

10여년 동안 교통경찰 업무수행 과정에서 생명의 존중과 중요함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신경사는 "의사는 사람을 살리는 숭고한 직업이지만 저는 교통경찰관 한명, 한명이 또 다른 의사라고 생각한다"며 "성실한 교통 경찰관이 한 번 더 도로의 위험을 파악해 미리 예방 한다면 그로 인해 발생 할 수 있는 아픔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고민하고 연구하며 누군가의 사랑하는 가족일 수 있는 사람을 살리는 교통경찰관으로써 교통 분야에 전문가가 되어 가장 불행한 사망사고인 교통사고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는 교통경찰관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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