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금란 대전본부부국장

15년 만에 공영방송 무대에 선 나훈아의 열기는 뜨거웠다. 비대면 공연으로 현장 객석은 텅 비었지만 그의 위력은 대단했다. 지난 30일 방송된 KBS2TV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전국 시청률은 29.0%라는 근래 보기 드문 기록을 세웠다. 뜨거운 호응에 '재방송은 없다'던 KBS는 지난 3일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스페셜-15년 만의 외출'을 긴급 편성했고, 18.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나훈아의 돌풍, 이유는 뭘까.

나훈아는 강한 팬덤으로 콘서트를 하면 표가 순식간에 매진되기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15년 만에 무대를 펼친다고 하니 화제가 집중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두루마기부터 민소매 티셔츠, 찢어진 청바지까지 다양한 의상을 선보이며 열창했다.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 '테스형' 등 신곡을 비롯해 자신의 히트곡과 애창곡까지 무려 30곡이 넘는 노래를 부르며 가황(歌皇)의 면모를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일각에서는 최근 불어닥친 트로트 열풍과 맞물려 젊은 세대들까지 사로잡았다는 평도 나온다.

특히 공연 중간중간 던진 '소신 발언'을 빼놓을 수 없다.

신곡 '테스형'을 부른 뒤 "(소크라)테스형에게 세상이 왜 이러냐, 세월은 왜 흐르냐고 물어봤는데 모른다더라. 이왕 세월이 흐르는 거, 우리가 끌려가면 안된다.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못봤다. 바로 여러분들이 이 나라를 지켰다. 여러분 긍지를 가지셔도 된다. 분명히 코로나 이겨낼 수 있다"고 했다. "이것저것 눈치 안 보고 정말 국민을 위한 방송이 됐으면 좋겠다"며 KBS를 향해 쓴소리도 쏟아냈다.

이러한 소신 발언은 정치권까지 뜨겁게 달궜다. 야당은 나훈아가 "속 시원하게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고 주장했고, 여권에서는 "확대 해석 말라"며 반박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3일 페이스북에서 "나훈아가 잊고 있었던 국민의 자존심을 일깨웠다"며 "'언론이나 권력자는 주인인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 공연의 키워드"라고 평가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가 생길 수 없다'는 나훈아 발언을 인용하며 "국민의힘으로 목숨을 걸고 이 나라를 지켜야겠다"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한편으론 자괴감도 들었다"며 "이 예인(藝人)에 비하면 너무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했다.

반면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가수 나훈아씨의 말이 문재인 정권에 대한 비판 민심인 것처럼 난리"라면서 "감사의 말을 '정치'가 아닌 '정쟁'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정치인들의 아전인수식 해석이 놀랍다"고 지적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나훈아의 발언에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들이 고개를 쳐들고 이런 말 저런 말로 마치 남 얘기하는 걸 보니 이분들은 아직도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라며 "나훈아의 발언을 오독하지 말고 오도하지 마라. 한국어를 모르는가"라고 했다.

공연 이후 텅 빈 KBS홀을 다시 찾은 나훈아는 "코로나19, 이 보이지도 않는 이상한 것 때문에 절대 내가 물러설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비대면 공연을 강행한 속내를 밝혔다.

김금란 부국장 겸 교육부장
김금란 대전본부부국장

이어 어떤 가수로 남고 싶냐는 이훈희 KBS 제작2본부장의 질문에 "우린 흐를 유에 행할 행, 노래 가. 유행가 가수다. 남는 게 웃기는 거다. 뭐로 남는다는 거 자체가 웃기는 얘기"라고 답했다. 국민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마음과 그가 노래 만큼이나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 이유가 이 대답 속에서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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